독일 머크의 미국 매사추세츠주 벌링턴 사무소. 독일 머크 제공
독일 머크의 미국 매사추세츠주 벌링턴 사무소. 독일 머크 제공
독일 머크가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차세대 PARP 억제제 후보물질을 최대 2조원에 도입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선점 중인 PARP 억제제 시장에 뛰어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머크는 선수금으로 항서제약에 1억6000만 유로(2286억원)를 지급했다. 임상 개발 종료 후 판매 라이선스 등을 포함한 총 계약금액은 14억 유로(2조13억원)다. 이번 계약에서의 핵심은 지난해 고형암 환자 대상으로 임상 1상에 진입한 PARP1 선택적 억제제 HRS-1167이다. 머크는 이번 계약으로 HRS-1167을 포함한 항암제 후보물질의 중국 외 이외 지역에 대한 판매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1세대 PARP 억제제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와 GSK가 선점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올라파립)는 지난해 26억3800만 달러(3조 5555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GSK의 제줄라는 4억6300만 파운드(7584억원) 매출을 냈다. 클로비스 온콜로지가 개발한 PARP저해제 루브라카(루카파립) 또한 FDA 승인을 받아 출시됐지만 클로비스 온콜로지가 지난해 파산하면서 영업에 차질을 겪고 있다.

2세대 PARP억제제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린파자, 제줄라 등 1세대 PARP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줄라는 일부 돌연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게만 사용되도록 적응증이 제한됐다. BRCA 돌연변이가 없는 난소암 환자에게 제줄라를 썼을 때 환자 사망위험이 오히려 10% 증가한 임상 결과 등이 논란이 되면서다. 린파자도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데 일부 환자에게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제한된 승인을 받았다.

머크가 도입한 HRS-1167은 PARP1과 PARP2 중 PARP1만을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1세대 PARP억제제의 한계점은 PARP 1와 PARP2를 동시에 억제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RP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면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도 PARP억제제에 기대하는 효능만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PARP1 선택적 억제제로 승인된 약은 아직 없다. 임상 2상에 진입한 아스트라제네카의 AZD5305가 선두 주자로 꼽힌다. 길리어드도 올해 5월 신테라를 인수해 PARP1 억제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머크가 PARP1 선택적 억제제 후보물질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미국 보스턴 소재 너비아노 메디컬사이언스로부터 PARP1 선택적억제제 후보물질 NMS-293을 도입했다. NMS-293은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2상 중에 있다. 업계는 독일 머크가 PARP1 선택적 억제제에 대한 다양한 선택권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머크는 이번 계약으로 클라우딘 18.2를 표적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권리도 함께 확보했다. 클라우딘 18.2는 위암과 췌장암에서 자주 발견되는 암항원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3시 5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