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인기 소설이 한강의 작품? “챗GPT, 읽어보긴 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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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소심이의 참견
우연히 인공지능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참 세상 좋아졌구나….’ 라는 말로 대신하기에는 기술의 속도가 너무 정교하고 빨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챗 GPT’에게 소설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입문하기 좋은 추천 소설’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작가와 작품’ ‘가을에 읽으면 좋을 한국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추천’.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당당한 이유를 빌어 각각 5편의 작품을 추천한다. 질문을 달랐지만 공통으로 추천한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작가 ‘한강’님의 ‘소년이 온다’
각각의 추천 이유를 모두 종합해보니 챗GPT는 ‘소년이 온다’를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현대 도시 생활과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감수성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 이 소설은 가을의 감미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추천 사유가 엉뚱해 오히려 안심이다. 이 녀석 추천만 하고 안 읽은 게 분명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그 어떤 소설보다 무겁다. 주제는 물론 한 문장 한 문장 가벼이 쓰인 문장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다 읽고 나면 가슴이 갑갑하고 개운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여운이 깊고, 단어 하나 하나가 콕콕 박힌다. 이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역사,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진심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소년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하하면서 매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시신들을 수습하는 시간을 통해 5.18의 참혹함과 죽음 그리고 국가 폭력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호, 정대, 정미, 선주, 진수….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5·18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회오리에 휘말리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삶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들의 삶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가슴이 서늘하다. 폭력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연함과 용기보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더 적나라하게 보여 더 슬프고 고통스럽다. 매우 슬프고 현실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어쩌면 그날의 현장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날을 잊지 않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5·18광주만큼이나 마음 아픈 역사가 제주4·3이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치유와 기억의 동기로 ‘눈’이라는 상징을 사용해서인지 그 슬픔도 조용하다.
주인공 ‘경하’는 반복적으로 눈 내리는 벌판의 수천 그루 검은 통나무의 꿈을 꾸게 되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 친구 인선과 함께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어느 날 목공을 하는 친구 경하는 작업 중 손가락 부상을 받게 되고, 기르고 있는 ‘새’ (‘소년이 온다’에서도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새를 돌보기 위해 폭설로 고립된 제주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그곳에서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알게 된다.
작가 한강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이기를 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과 기억이 지극한 사랑이라면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정성스러운 소설 임에 틀림없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내 의지와 상관없는 폭력이 어떠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채식주의자’는 그 결을 같이한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꿈으로 인해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영혜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다. 영혜는 고스란히 각인된 폭력의 기억으로 인해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 나무가 되고자 한다.
‘채식주의자’는 아직도 여전히 궁금한 소설이다. 소설을 다 읽고도 한동안 ‘이 작품이, 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도 속이 시원 하지는 않지만, 소설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니까.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 영감은 어디서 받은 것일까?’ 한강 작가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게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챗GPT에게 물었다.
“너 한강 작가님 팬이지?”
“저는 한강 작가 팬이 아닙니다. 한강 작가에 대한 정보나 작품에 대해 물어보거나 토론할 수는 있지만 개인적인 팬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녀석 끝까지 샤이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챗 GPT’에게 소설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입문하기 좋은 추천 소설’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작가와 작품’ ‘가을에 읽으면 좋을 한국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추천’.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당당한 이유를 빌어 각각 5편의 작품을 추천한다. 질문을 달랐지만 공통으로 추천한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작가 ‘한강’님의 ‘소년이 온다’
각각의 추천 이유를 모두 종합해보니 챗GPT는 ‘소년이 온다’를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현대 도시 생활과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감수성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 이 소설은 가을의 감미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추천 사유가 엉뚱해 오히려 안심이다. 이 녀석 추천만 하고 안 읽은 게 분명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그 어떤 소설보다 무겁다. 주제는 물론 한 문장 한 문장 가벼이 쓰인 문장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다 읽고 나면 가슴이 갑갑하고 개운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여운이 깊고, 단어 하나 하나가 콕콕 박힌다. 이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역사,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진심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소년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하하면서 매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시신들을 수습하는 시간을 통해 5.18의 참혹함과 죽음 그리고 국가 폭력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호, 정대, 정미, 선주, 진수….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5·18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회오리에 휘말리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삶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들의 삶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가슴이 서늘하다. 폭력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연함과 용기보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더 적나라하게 보여 더 슬프고 고통스럽다. 매우 슬프고 현실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어쩌면 그날의 현장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날을 잊지 않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5·18광주만큼이나 마음 아픈 역사가 제주4·3이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치유와 기억의 동기로 ‘눈’이라는 상징을 사용해서인지 그 슬픔도 조용하다.
주인공 ‘경하’는 반복적으로 눈 내리는 벌판의 수천 그루 검은 통나무의 꿈을 꾸게 되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 친구 인선과 함께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어느 날 목공을 하는 친구 경하는 작업 중 손가락 부상을 받게 되고, 기르고 있는 ‘새’ (‘소년이 온다’에서도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새를 돌보기 위해 폭설로 고립된 제주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그곳에서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알게 된다.
작가 한강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이기를 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과 기억이 지극한 사랑이라면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정성스러운 소설 임에 틀림없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내 의지와 상관없는 폭력이 어떠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채식주의자’는 그 결을 같이한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꿈으로 인해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영혜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다. 영혜는 고스란히 각인된 폭력의 기억으로 인해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 나무가 되고자 한다.
‘채식주의자’는 아직도 여전히 궁금한 소설이다. 소설을 다 읽고도 한동안 ‘이 작품이, 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도 속이 시원 하지는 않지만, 소설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니까.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 영감은 어디서 받은 것일까?’ 한강 작가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게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챗GPT에게 물었다.
“너 한강 작가님 팬이지?”
“저는 한강 작가 팬이 아닙니다. 한강 작가에 대한 정보나 작품에 대해 물어보거나 토론할 수는 있지만 개인적인 팬으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녀석 끝까지 샤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