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예인·오너들도 당했다…1000억 폰지사기범 구속
경찰이 비상장 회사 등에 투자한다며 1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창조투자자문의 대주주 엄모 씨를 구속했다. 그는 좋은 기업에 투자해 매달 원금의 2~5% 수준을 수익금으로 준다고 약속하고 실제론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30일 유사 투자자문사를 차리고 고객 자금 107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엄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투자금 유치를 도운 여성 프로골퍼 등 일당 일곱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엄씨는 투자자들에게 매월 원금에 대한 이자를 돌려준다고 약속하고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 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과 비상장 주식이 활황이어서 약속한 이자를 줬지만 시간이 지나며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존 투자자의 이자 지급을 위해 또다른 투자를 받는 폰지 사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엄씨의 수중에 투자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피해 보상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엄씨는 창조투자자문 대표를 지내면서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와 비상장 투자에 두각을 보였다. ‘기생충’ ‘영웅’ ‘공작’ ‘엑시트’ ‘사바하’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이와 함께 교육 스타트업 야나두와 게임회사 카카오게임즈, 골프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 등 비상장 회사 투자에서도 수익을 내 투자자에게 신뢰를 쌓았다.

이렇게 얻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2년 전 인수한 P사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모았다. 엄씨는 여러 곳의 서울 소재 대학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들으며 기업 대표 등과 친분을 쌓았다. 인맥 관리 차원에서 골프 행사를 열고 이들에게 여성 프로 골퍼 등을 소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에선 정보기술(IT)업계에서 유명한 H사 대표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코스피 상장사 대표, 유명 연예인 등이 50여명이 포함됐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말 일선 경찰서에 엄씨에게 피해를 봤다는 고소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자 사건을 이첩해 수사를 개시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