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일부 CDMO 설비의 통폐합이 일어날 것입니다.”크리스티안 모렐로 론자 바이오콘주게이츠 사업부 총괄(사진)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제약·바이오 콘퍼런스(CPHI 2023)에서 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계의 과잉 증설 계획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매출 9조3600억원 규모인 스위스 론자는 125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CDMO 업체다. 그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그는 “최근 CDMO업계의 생산능력 확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10년 뒤 활용처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까지 7조50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조2000억원을 각각 CDMO 공장 증설에 투자키로 한 한국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모렐로 총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아주 높은 생산능력으로 10년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0년 후 어떤 수요가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국내 대기업이 상업화 단계의 대량 생산이 필요한 글로벌 제약사 제품에만 관심을 가질 뿐 임상단계 제품,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코로나19를 근거로 들었다.모렐로 총괄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을 제외하고 모든 신약 개발 임상이 중단됐다”며 “그 여파로 10년 후 상업화 단계 제품 수는 지금보다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에는 주기(cycle)가 있다”며 매출 구조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또 “다양한 바이오텍과 업무 기반이 없는 회사는 나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론자의 매출 구조는 ADC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52%, 캡슐 및 헬스·원료 분야(CHI)가 20%, 저분자화합물이 13%, 세포·유전자가 11%를 차지하고 있다.10년 후 매출 비중 전망에 대해 “여전히 바이오의약품 CDMO에서 상당한 매출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세포·유전자의 경우 론자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세포치료제 자동화 장비(코쿤) 등 기술적 진보에 따라 어느 정도 성장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DC 시장 전망에 대해선 “분명히 다가올 큰 트렌드”라며 “암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 등으로 활용처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바르셀로나=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아스트라제네카가 신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구성하는 데 우수한 효능을 내면서도 안전성도 뛰어난 이중항체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마사세시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종양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이중항체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2.0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했다.2.0 포트폴리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준비 중인 차세대 후보물질에 대한 계획을 말한다.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현재 개발 중인 이중항체 후보물질 3개의 최신 임상 및 비임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CTLA-4와 PD-L1을 표적으로 하는 ‘볼루스토믹’의 임상 2상 결과와 PD-1 및 TIM-3를 표적하는 사베스토믹의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PD-1과 TIGIT을 표적하는 릴베고스토믹의 임상 2상 초기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이번 ESMO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3개 후보물질의 결과가 모두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기 임상 결과에서 가능성을 본 만큼 ‘뚝심’을 갖고 임상 3상까지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가령 볼루스토토믹은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에게 500㎎과 750㎎을 단독 투약해 객관적반응률(ORR) 45.5%와 48.4%를 끌어냈다. 완전관해(CR)는 투약환자 65명 중 5명에게서만 나왔다. 반응지속기간(DOR)은 각각 11.5개월과 17개월이었다. 반면, 이상반응(AE)은 보다 저용량인 500㎎ 코호트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환자 중 절반이 투약을 중단해야 할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독성과 효응은 비례하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같은 예상 밖 결과가 나온 원인에 대해 좀 더 분석한 뒤 임상 3상을 준비하기로 했다.사베스토믹은 효능과 내약성 양쪽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39명을 대상으로 한 용량증량시험에서 3등급 이상의 심각한 치료관련이상반응(TRAE) 사례의 보고가 없었다. 내약성이 우수했다는 뜻이다. 효능 평가가 가능한 환자 19명 중 7명이 안정병변(SD)을 보였으며, 표적 종양이 줄어든 환자는 8명이었다.릴베고스토믹은 최고용량 투여 환자군에서 부작용으로 환자 3명이 치료를 중단한 사례가 보고됐으나, 이후 스테로이드 치료로 회복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릴베고스토믹의 안전성 프로필에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마사세시 CMO는 “2가지 다른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능력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중항체 의약품의 장점”이라며 “2가지 약물을 약물 하나로 투약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의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노피에 그랩바디B 플랫폼 기반 후보물질을 총 1조300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했으며, 이번 ESMO에선 아이맙과 공동개발중인 ABL111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7시 2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미국 애브비가 의약품 가격인하를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한국투자증권이 31일 분석했다.지난 3분기 애브비는 매출 139억3000달러(약 18조7400억), 영업이익 22억8000달러(약 2조9600억원)를 올렸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매출은 35억달러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망 대비 (휴미라) 매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며 “스카이리지와 린보크 매출 성장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스카이리지는 건선 치료제, 린보크는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다. 스카이리지의 글로벌 건선 시장 점유율은 약 33%에 달한다. 린보크 역시 크론병 2차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25% 이상을 확보 중이다. 두 약물은 애브비가 제 2의 휴미라로 키워내기 위해 힘쏟고 있는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이다.실적 발표 당일 애브비의 주가는 4.32% 하락했다. 임브루비카 손상 비용이 생각보다 컸던 게 한몫했다. 위해주 연구원은 “혈액암 치료제인 임브루비카는 애브비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지난 8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고 말했다.이어 “인하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해당 약가는 202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번에 임브루비카 손상 비용을 21억달러 반영한 점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임브루비카 매출 감소 리스크는 최소화될 수 있다고 위 연구원은 분석했다.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2026년 12월 임브루비카 특허 만료가 이미 예견돼있기 때문이다.위 연구원은 “앱킨리 등 항암제 신제품으로 (임브루비카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며 “휴미라 매출 감소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 시장 특성상 매출 감소 우려는 최소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