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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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치자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국채 시장에 발을 뻗고 있다. 금리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로 단기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채 약세에 거액을 베팅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잠잠했던 국채 시장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앞다퉈 국채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헤지펀드의 국채 보유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조 3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국채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헤지펀드로 이직하는 행렬도 불어났다.

헤지펀드 롱테일 알파의 창업주 바이니어 반살리는 블룸버그에 "20년 만에 헤지펀드가 국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적기가 찾아왔다"며 "국채 거래량을 작년보다 4배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는 주로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활용해 단기 수익을 챙겼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 현물을 매수하고 선물은 공매도하는 투자방식이다. 금리가 상승(국채 가치 하락)하게 되면 차익을 얻는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Fed의 피벗(정책 전환)을 기대하고 미 국채 선물을 매수하는 것을 노린 전략이다.

헤지펀드가 투자 비중을 늘린 배경엔 변동성이 있다.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자 단기 차익 거래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30년 만기 미 국채의 하루 금리 변동폭은 평균 0.1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평균값의 3배에 달한다.

변동성이 증가한 원인이 Fed의 양적 긴축(QT)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국채 매입량을 늘렸던 Fed는 지난해 6월부터 대규모 대차대조표 축소를 추진했다. 국채 보유액을 매달 950억달러씩 축소하기 시작했다. 상업 은행도 덩달아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시장의 완충재 역할을 했던 기관투자가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2021년 말 67.7%에서 올해 6월 말 54.7%까지 줄었다. 또 단기간 차익을 거두려는 헤지펀드가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변동성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현재 헤지펀드가 순매도 포지션을 취한 국채 규모는 6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대럴 더피 스탠포드대 경영학 교수는 "헤지펀드들이 약세에 베팅하면서 시장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 국채가 강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과 빌 그로스 등 미 월가의 대가들도 지난달 국채 가치가 다시 상승(금리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금리가 자연히 하락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요동치는 美 국채시장…"20년 만에 투자 기회 찾아왔다"
미 월가의 대가 투자자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지난달 25일 로빈후드 투자 콘퍼런스에서 미국 단기 국채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국채 투자를 추진했다. 드러켄밀러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뿌려진 가계 보조금이 고갈되고 원유 가격이 반등하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