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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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된 지 석달이 되어가지만 면세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인 입국 재개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치보다 적은데다, 따이궁(보따리상)과의 수수료율 협상으로 매출 규모까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따이궁·단체관광객·개별관광객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품(MD)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자 수는 63만8030명으로 전월(59만4385명) 대비 7.3% 늘었다. 전월 대비 실적으로만 보면 면세업계가 회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월과 비교하면 상황이 다르다. 올해 9월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1조805억원)은 2019년 9월 매출액(1조9271억원)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면세업체의 3분기 실적도 좋진 않다. 면세업계 중 제일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은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8451억원에 그쳤다. 유통기한 내에 판매해야 하는 화장품 등을 재고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자 폭이 유독 커진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기저에는 중국인의 한국 내 소비 부진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사진=뉴스1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사진=뉴스1
업계에선 '큰손'인 중국인의 소비성향 변화를 고려해 상품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에는 중국 현지로 돌아간 따이궁들이 되팔기 편리한 고가 화장품을 소싱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구매자가 직접 사용하는 중저가 상품을 소싱하는데 힘을 주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만 50여 개 중저가 신규 K뷰티 브랜드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40개 이상 브랜드가 입점을 마무리한 상태다. 특히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한남동 등 젊은 세대와 외국인의 방문 빈도가 높은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젊은 외국인 소비자들의 성향을 이곳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독 브랜드를 늘리는 건 개별관광객을 유인하는 전략 중 하나다. 외국인이 주 고객인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특정 업체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선호도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은 단독 브랜드를 유치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가품에 대해서도 베스트·스테디셀러 제품에 대한 소싱력은 유지해야 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제품은 따이궁, 단체관광객, 일반관광객 구분 없이 모든 소비자들한테서 선호도가 높다"며 "이런 제품은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MD개편과 동시에 본격적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이 재개되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는 면세업계 실적 회복세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따이궁과 여행객은 선호하는 상품과 구매 패턴이 다르다"며 "MD를 잘 구성하면 내년부터 (MD개편)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