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있는 안 입는 옷 팔아 600만원 벌었어요"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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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마인이스 대표 인터뷰
중고 패션 스타트업 마인이스가 운영하고 있는 '차란'은 SPA 브랜드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중고 의류를 정가 대비 최대 90% 저렴하게 판매하는 패션 커머스 앱입니다. 옷장에 있는 옷을 백에 담아 집앞에 내놓기만 하면 의류 수거, 살균 처리, 촬영,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합니다. 옷을 팔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어 플랫폼에 올리고 사람을 만나 물건을 건네고 돈을 받는 과정이 필요 없다는 얘기입니다. 중고 의류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나봤습니다.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 앞에 자리한 보성빌딩. 1987년 준공돼 만 37년 된 이 건물엔 한 스타트업이 자리하고 있다. 당구장, 김밥집, 삼겹살집이 함께 있는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허름한 건물 계단 3층으로 올라가면 철제 출입구가 하나 보인다. 벽면에 붙은 '마인이스(Mineis)'이라는 조그마한 간판이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이곳은 중고 의류 플랫폼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 본사다.
철제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허름한 건물과는 새삼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돼 있고, 벽면 곳곳에 여느 스타트업과 다름없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진취적 문구들이 적혀 있다.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는 "패션 산업이 발달한 성수에 사무실을 두면서도 투자금을 아끼려고 이 건물을 택했다"며 "그래도 지하철역 바로 옆이라 다니기엔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인이스는 시드(초기) 투자만 53억6000만원을 받아 시장의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투자금으로 남양주에 운영센터를 갖췄다"고 말했다. '업의 본질'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마인이스 투자사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굿워터캐피탈, CJ대한통운, SM컬처파트너스, T인베스트먼트, 슈미트, 스파크랩 등 다양한 기업과 벤처캐피털(VC) 외에도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 김창원 전 펫프렌즈 대표 등 다수의 엔젤 투자자가 참여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차란 서비스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A. 지난 8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옷장에 안 입는 옷이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중고 마켓에 팔기도 귀찮으니까 대부분 많이 버립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수거 신청을 하면 우선 수거 백을 보내드리고, 옷을 담아 내놓으시면 저희가 수거해 와서 재상품화합니다. 의류 판매 금액의 일부를 셀러들에게 돌려드리는 모델이고요.
Q. 옷을 수거한 뒤에 상품화는 어떻게 하나요? 세탁을 한다거나 하십니까?
A. 저희가 고온 살균이랑 향 처리는 하고 있습니다. 물빨래 같은 것은 안 합니다. 그런 게 필요한 옷이라면 저희는 판매하지 않고요. 그런 옷은 판매자 의중에 따라 돌려드리거나 기부하거나 킬로그램(kg) 단위로 매입을 하거나 합니다. Q. 판매된 금액의 얼마 정도를 셀러가 받아갈 수 있나요?
A. 판매액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요. 예를 들어서 20만원 이상에 팔리면 셀러에게 80%를 돌려드리고요. 1만원에 팔리면 30%를 돌려드립니다. 고가에 판매될수록 셀러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죠. 1만원에서 20만원 사이 가격에 셀러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Q.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나요?
A.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현재 5만 명가량의 유저가 들어와 주셨고요. 이분들이 옷을 내놓기도 하고, 상품 구매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판매자 중에 지금까지 가장 수익을 많이 가져가신 분은 600만원 정도입니다. 고가 의류를 포함해서 옷장에 있던 옷을 많이 저희한테 넘기셨죠. 판매한 옷이 520벌 정도입니다. 저희 플랫폼 구매자들의 경우 첫 번째 구매한 분이 두 번째 구매하는 비율이 40% 정도입니다. 또 두 번째 구매부터 세 번째 구매까지 이어지는 건 60% 정도이고요.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죠.
Q. 차란 서비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신 건가요?
A. 다양한 중고 시장이 많이 커지고 있잖아요. 스스로도 의류 중고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꼈죠. 제가 옷은 너무 많고 팔고 싶은데 '당근'할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다 버렸거든요. 그런데 '분명히 지인 누구한테 팔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시스템화해서 판매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죠. 해외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들이 좀 보였고요. Q. 해외 대학을 나오셨던데요.
A.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에 가서 고등학교랑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전공했고요. 졸업 후 2년 정도 일을 더 했어요. 2016년에 한국에 와서 2년간 군 복무 마치고,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4년 정도 일했어요. 작년에 마인이스를 설립했습니다.
Q. 시드(초기) 투자를 상당히 많이 받으셨던데요. 투자심사역 경험이 도움이 된 건가요?
A.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벤처시장에서 찾고 있던 '커머스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는 거 같습니다. 과거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적자가 나더라도 나중에 규모를 키워서 이익을 내자는 추세였는데요. 작년부터는 어떻게 돈을 벌고, 수수료는 어떻게 낼 것이고, 이런 얘기들이 많아졌어요. 저희는 사람들이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옷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그걸 수익화해서 돌려드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꽤 높습니다. 일반적인 커머스가 1만 원을 팔면 보통 1000원 정도를 가져가는 수준이라면 저희는 한 4000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고 시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한 거 같습니다. MZ세대들이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면서 시장이 가파르게 커졌거든요.
Q. 기존 중고 플랫폼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A. 일반적인 중고 플랫폼은 소비자가 다 직접 거래를 해야 하잖아요. 저희 플랫폼은 일일이 사진 찍고, 사람 만나고 할 필요 없이 그냥 수거백만 보내주면 알아서 해드리니까 매우 편하죠. 거기에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기준들을 더했습니다. 판매자에게 바로 입금해주고, 구매자를 위해서는 환불 시스템도 갖췄고요. 품질 보증이 되는 거죠. 또 새 상품과 거의 같은 제품을 70~80% 싼 가격에 살 수 있고요.
Q. 차란과 마인이스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차란은 '찬란하게 짜잔' 이런 느낌을 담은 말입니다. 좋은 중고 제품을 '득템'할 수 있는 커머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짜잔'하는 느낌으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서비스가 찬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마인이스는 내 옷들이 당신의 옷으로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는 느낌으로 정한 이름입니다.
Q. 직원은 몇 분이나 계시나요?
A. 현재 26명입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계속 인력을 충원하고 있습니다.
Q. 허름한 건물에 들어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A. 공유오피스보다 비용이 싼 공간을 찾았고요. 저희가 여기 오기 전에 테스트를 했던 공간이 약간 지하 단칸방 같은 곳이었거든요. 센트리프라자라고 공장 건물이랑 같이 있었어요. 근처에서 건물을 찾다가 조금 허름한 건물일지라도 우리만의 공간에서 리모델링하고 들어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는 운영팀이랑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팀은 남양주에 있습니다.
Q. 옷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하나요?
A. 저희는 검수해서 이염이나 오염이 있으면 안 팝니다. 거의 새것 같은 퀄리티 좋은 제품만 추려서 판매하고 있고요. 가격은 저희가 셀러에게 제안만 드리고, 결정은 셀러가 합니다. 만약 저희가 1만원에 팔아보겠다고 제안했는데 3만원을 원하시면 일단 그렇게 올리고요. 3개월 동안 판매를 하는데, 안 팔리면 조금씩 가격을 내립니다. 시장에서 온전히 수요와 공급의 이상점을 찾는다고 보시면 돼요. 만약 최종적으로 안 팔리면 돌려드리거나 대신 기부해 드리거나, 원하시면 저희가 kg 단위로 매입합니다.
Q. 매입한 옷들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A. 저희가 추려서 기업 간 거래(B2B) 업체들이나 오프라인 빈티지숍을 하시는 분들에게 공급합니다.
Q. 거래액 목표가 있을까요?
A. 출시 첫 달에 거의 월 1억원 정도 했고, 지금 월간 1억5000만원 정도 합니다. 연간으로는 15억원은 일단 넘을 거 같고요. 저희가 지금은 여성 의류로 시작했는데 남성과 유아 옷, 신발, 가방 등등으로 확대해서 온라인 백화점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2025년까지는 연 기준으로 한 500억 정도 거래액을 달성하고 싶습니다.
Q.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A. 저희는 일본 시장을 좀 보고 있습니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던 나라예요. 일본 구제가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기도 하고, 일본에도 당근마켓 비슷한 모델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같은 모델은 없어서 국내에서 틀을 잡고 나면 일본에도 넘어가 비슷하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 4년 안에는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시카고대 재학 시절 창업도 했다고 하던데 어떤 회사였나요?
A. 학교 동기들이랑 같이 창업했는데 '프린터스'라는 서비스였습니다. 프린팅 아래 광고가 붙어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학생들이 프린팅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공짜 프린팅을 해주고 밑에 광고를 넣는 모델이었어요. 학교 주변 상인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찾았고요. 시카고에서 시작을 했고 뉴욕, 보스턴 등으로 넓혀 갔는데요. 친환경 이슈로 '페이퍼리스' 주장이 많이 나오면서 프린팅 사업이 잘 먹히지 않았어요. 광고업계가 디지털화하면서 오프라인 광고가 경쟁력을 잃어버렸죠. 그래서 결국은 잘 안됐어요.
Q.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내년 상반기 정도에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Q.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A. 저희가 타깃하는 시장이 일반 패션 시장이에요. 한국의 일반 패션 시장이 연 40조원입니다. 매년 40조원어치의 새로운 옷들이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건데 이 중 저희가 10% 정도만 가져온다면, 즉 100명 중에 10명만 중고 의류 쪽으로 넘어오게 한다면 4조원 규모가 되는 거죠.
Q. 중고 의류 브랜드가 매우 다양할 거 같습니다.
A. 아마도 차란이 패션 플랫폼 중에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일 거예요. 저희는 SPA 브랜드부터 백화점 브랜드까지 다 있으니까요. 노브랜드 제품을 제외하곤 사실상 모든 패션 제품을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차란이 추구하는 가치는 뭘까요?
A. 서스테이너블(지속 가능한) 패션 문화를 시장에 도입을 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습니다. 저희는 '중고 쇼핑의 표준화'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고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