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영업이익 두 배…'정의선 혁신' 통했다
현대자동차그룹 11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상장사 영업이익 1·2위가 유력한 현대차·기아가 끌고 건설·방산·부품·물류 등 주요 계열사 역시 선전한 덕분이다. 2020년 취임 후 3년간 그룹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쓴 정의선 회장(사진)의 ‘혁신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3분기 실적을 공시한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의 매출은 총 104조4516억원, 영업이익은 8조355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 늘며 역대 3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8.9% 급증하며 역시 3분기 기록을 다시 썼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5조79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23조571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은 현대차·기아가 주도했다. 현대차·기아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63.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기여도는 80%에 달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을 뚫고 고급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제값 받기’ 전략을 펼친 것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아이오닉 5·6, EV 6·9 등은 현대차·기아를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 브랜드로 올려놨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두 배…'정의선 혁신' 통했다
건설·방산·부품·물류 등 계열사는 조(兆) 단위 해외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1차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820대 추가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선전하고 있다. 3분기까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상 핵심 부품 수주액이 85억7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에 달했다. 연간 해외 수주 목표액(53억6000만달러)을 60% 초과 달성했다. 현대위아도 주요 글로벌 메이커와 총 1조원이 넘는 등속조인트 납품 계약을 맺었다. 현대트랜시스는 스텔란티스에 7000억원 규모의 변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스텔란티스, 포드, 폭스바겐 등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과 총 5000억원 규모로 5년 장기 완성차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취임 이후 꾸준히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강조해온 정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피치 등이 올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상향 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추가 상향도 기대된다”며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첨단항공교통(AAM), 소프트웨어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