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미아동 한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사진=윤혜원 기자
1일 오후 서울 미아동 한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사진=윤혜원 기자
"요즘 붕어빵 3개 1000원에 파는 곳이 어디 있나요. 그 가격에 재료 값 감당이 될까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한 노점상은 올해 들어 붕어빵 가격을 2개에 1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는 "붕어빵에 들어가는 밀가루, 팥 같은 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붕어빵 1개 1000원에 파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겨울철 대표적인 ‘서민 간식’ 중 하나인 붕어빵 가격도 치솟고 있다. 번화가에선 한 마리에 1000원 안팎을 받는 곳이 많고, 서울 강남 등 일각에서는 이른바 ‘프리미엄 붕어빵’까지 등장했다. 고물가에 ‘희귀해졌다’는 이유까지 더해지면서다.

겨울철 별미인 붕어빵 한 개도 마음 편히 사먹기 힘든 간식이 된 셈이다.

1일 오후 강남역 일대 한 붕어빵 노점에서는 붕어빵 세 마리를 3000원에 팔고 있었다. 한 마리에 1000원인 꼴인데 1개 단품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붕어빵 가게도 기본 붕어빵은 두 마리 2000원에 판매한다. 크림 치즈나 피자 소스가 들어가는 붕어빵은 한 마리에 2000원씩 판다. 평일에도 30분 넘게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
서울 역삼동의 한 프리미엄 붕어빵 가게에선 밀가루 반죽 대신 크로와상을 넣어 만든 팥 붕어빵을 한 마리에 3200원에 판다. 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역삼동의 한 프리미엄 붕어빵 가게에선 밀가루 반죽 대신 크로와상을 넣어 만든 팥 붕어빵을 한 마리에 3200원에 판다. 사진=유지희 기자
강남구의 한 붕어빵 가게는 팥만 넣은 기본 붕어빵을 세 마리에 5000원을 받고 판다. 인근 가게에선 밀가루 반죽 대신 크로와상을 넣어 만든 팥 붕어빵 하나에 3200원이다. 다섯 개를 사면 1000원을 깎아 1만5000원에 준다. 그런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붕어빵 맛집으로 통하며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붕어빵 물가 상승은 주요 식재료 가격 인상 영향이 크다. 원유(原乳), 밀가루, 식용유 등 제빵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길거리 간식에까지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여파가 덮쳤다.

붕어빵 반죽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료가 수년 사이 급격히 올랐거나 최근 1년 사이 크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유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9.3%, 2021년 대비 16.7% 올랐다. 식용유와 밀가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소폭 내렸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55.1%, 44.8% 뛰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붕어빵 가게. 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붕어빵 가게. 사진=유지희 기자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붕어빵 노점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노점상에 기계와 식재료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통상 겨울 성수기를 앞둔 9~10월 노점 오픈 관련 문의가 몰리지만 올해는 그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70대 김모씨는 “붕어빵 60마리 정도 만들 수 있는 밀가루 반죽 한 봉지 분량을 팔면 1만원 정도 남는다”며 “재료 값도 안 남지만 값을 올리면 손님들 발길이 끊길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판다”고 했다. 4호선 쌍문역 부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하는 오모 씨는 “마진이 줄면서 맞은 편부터 해서 가게들이 우후죽순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윤혜원 한경닷컴 기자 want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