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널뛰자…헤지펀드 큰손 '투자 기회' 노린다
헤지펀드가 미국 국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한 투자 기회를 노려서다.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는 2년 만기 미 국채의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에 베팅했다. 헤지펀드가 ‘참전’하면서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최근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의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드러켄밀러는 최근 로빈후드 투자콘퍼런스에서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와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드러켄밀러는 2년 만기 미 국채에 대해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가 미 국채에 투자하는 건 2020년 이후 거의 3년 만이다.

드러켄밀러는 미 국채 2년 만기에 투자하는 이유로 경기 둔화 가능성을 들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뿌려진 보조금이 고갈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3%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한때 연 5.3%대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뜻한다.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강해지고, 피벗(정책 전환)이 일어나면 미 중앙은행(Fed)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떨어지게 된다는 전망이다.

단 드러켄밀러는 장기물인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금과 비슷한 연 5%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드러켄밀러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1992년 파운드화 공매도 베팅에 나서 영국 중앙은행을 파산 위기에 몰아넣으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드러켄밀러 외에 여러 헤지펀드가 최근 국채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헤지펀드 롱테일 알파의 창업주 바이니어 반살리는 블룸버그에 “20년 만에 헤지펀드가 미 국채 시장에 진입할 최적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 지표와 Fed 고위 인사의 발언 등에 따라 미 국채 금리의 변동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큰 변동성을 활용해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헤지펀드가 미 국채 투자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채권시장에서 고위험 투자로 꼽히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도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현물과 선물에 동시에 롱·쇼트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으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익도 손실도 극대화한다.

헤지펀드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국채 금리 변동성을 더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30년 만기 미 국채의 하루 금리 변동 폭은 평균 0.13%포인트(13bp)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평균값의 세 배에 달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