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1일에는 3선 이상 의원들은 지역구를 옮기는 안을 꺼내들었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 내에서) 지역구에서 얼마나 오래 있어도 되느냐는 내용이 오갔다”며 “구청장도 세 번 이상 못 한다. 세 번 하고 지역구를 옮기는 등 굉장히 많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3선 이상은 29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5명이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사실상 영남권 의원의 수도권 차출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지명 이후 줄기차게 영남 중진의 수도권 출마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김기현 대표,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과 별도로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출범 직후 강조한 ‘대통합’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달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만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는데 중심을 잡고 잘해 달라”고 했고, 인 위원장은 “잘 도와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윤(비윤석열)계 끌어안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 위원장은 1일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은 정말 젠틀맨”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존경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의원과 굉장히 잘 통했고, 함께 나눈 의견을 당이나 대통령실에 전할 생각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유 전 의원이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답했다.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인 위원장은 “한 번 만나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만나고 싶다”며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무슨 자격으로 대사면을 하냐’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홍 시장이 말했듯 (대사면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 징계 취소라는 표현이 맞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