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사진=AFP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사진=AFP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외교관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도를 털어놨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반'과 '렉서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유튜버 2명은 이날 멜로니 총리와의 13분 분량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들은 9월 18일 아프리카연합(AU) 의장 행세를 해 멜로니 총리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들에게 영어로 "솔직히 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출구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며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올해 12만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아들였는데 나머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충분히 돕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유튜버가 공개한 통화 녹음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9월 18일에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총리가 속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반과 렉서스는 이전에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도 장난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는 두 유튜버가 러시아 보안 기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