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 ⒸOLAF HEINE
랑랑 ⒸOLAF HEINE
보편적으로 예술을 '영혼의 언어'라고 한다. 화가의 작업이 영혼을 그려내는 일이라면, 음악가의 연주는 영혼을 포착하는 과정일까. 오는 7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과 함께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사진·42)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연주를 하면서 제 안의 다양한 영혼에 집중합니다. 반짝이는 에너지와 다채로운 음색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어요. "

랑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다. 중국 랴우닝성 선양에서 태어난 그는 20년 이상 세계 무대를 누비며 자신의 영혼을 무대 위에 펼쳐왔다. 때로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짙은 표현력으로 관중을 매혹하면서….

그는 자신만의 색채와 개성을 강하게 표현하며 클래식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독보적인 스타성으로 '슈퍼스타 피아니스트 '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등 화려한 수식이 따라붙었다.

전용기를 타고 연주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바빴던 그의 삶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7년 손목 건초염으로 연주 활동을 중단하면서다. 곧이어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잠시 '쉼표'와도 같던 시기, 그에게는 무대 아래에서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결혼(2019년)해 가정을 꾸리고 평생의 숙원이라던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음반을 발매했다(2020년).

평단에서는 그의 바흐 음반을 두고 "(랑랑이) 훨씬 음악이 성숙해지고 해석도 깊어졌다"고 호평했다. 쏟아지는 러브콜과 부상 위기에도 초심을 잃지않고 음악에 진심을 다한 결과였다. 랑랑은 이러한 음악적 성장의 자양분으로 '안정감'을 꼽았다.

"지나와 결혼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지나와 결혼해 아들을 키우면서 이전보다 훨씬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클래식계 총아에서 성숙한 불혹의 연주자로 접어든 랑랑. 사람들은 '스타 랑랑'이 아닌 연주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랑랑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에서야 음악에 대해 호평하자 그는 살짝은 아쉬운듯 이야기 했다.

"항상 기교와 깊은 음악성을 모두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요. 물론 인생의 경험이 많을수록 제 음악에 더 많은 것을 더할 수 있게 되겠죠. "

그는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로 활동하며 문화계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식 등 공식 석상에서 연주했으며 영화음악, 게임음악에 참여하며 현시대와 호흡하는 일도 놓치 않았다. 2008년부터는 랑랑 음악 재단을 설립해 후배 음악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Xun Chi
ⒸXun Chi
스타 연주자의 바람직한 선례가 된 그는 이번 공연에서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려준다. 한국 공연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품이다. 그는 "바로크와 낭만주의 시대의 향기를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바흐의 오르간 작품이 떠오르면서도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처럼 웅장해요. 세 작곡가 모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들인데, 이들의 특징이 모두 묻어있죠. "

그는 빈 필하모닉과 이전에도 수 차례 합을 맞춰왔다. 그는 빈필을 "가장 가까운 음악적 파트너"라고 했다.

"(빈필은) 가장 특별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지닌 악단이에요. 듣자마자 아실 겁니다. 한국에서 빈필과 연주하는 건 처음인데, 한국팬들의 열정을 알기에 반응이 더욱 기대되네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