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로고프 "美 기준금리 내년 중반 내릴 것"
미국 중앙은행(Fed)이 늦어도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현재 150엔 수준에서 내년 여름 130엔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차관급)은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하나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각각 이런 전망을 내놨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늦어도 내년 중반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조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당분간 연 1~2%대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시스템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침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0%로 한국(연 3.50%)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다.

그는 건설 부문을 통해 급성장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도시에서 과잉 건설이 이뤄졌다"면서 "일자리는 여전히 대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에 소도시 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리스크는 금융 분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미국은 긴축 기조, 일본은 완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며 "미국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겠지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반면 일본은 탄탄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세를 보였던 엔화는 절상이 시작돼 내년 여름까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30엔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 일본 외환 정책을 총괄하는 대장성 재무관으로, 과감한 환율 개입을 단행해 일본 외환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론들은 당시 엔화의 영향력을 입증한 그를 '미스터 엔'으로 부르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그룹 글로벌시장분석 헤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슈바라만 헤드는 "이 전쟁에 이란이 개입하거나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 국제 유가는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중동은 물론 아시아 지역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가 약하고 가계 부채 수준이 높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는 '2023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글로벌 서밋 :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위대한 걸음'이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실존적 위기"라며 "강력한 기후 행동을 조기에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만이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하는 좋은 거버넌스는 ESG 가치 실현을 위한 다른 목표들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ESG 표준을 만들어 기업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기후 변화와 불평등을 비롯한 현시대가 처한 복합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사회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사회가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자 민간 부문에서 ESG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들이 ESG 경영 자체를 늦춰도 된다는 신호를 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