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번째 WS 우승 달성…신출귀몰한 마운드 운용으로 가을의 승부사
2010년 텍사스에 아픔 준 보치 감독, 텍사스에 첫 WS 우승 선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대장정이 끝난 날, 2년 연속 선수보다는 감독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빅리그 감독 이력 25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낀 '덕장' 더스티 베이커 전 감독의 스토리가 미국 언론의 머리를 장식했다.

올해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에 창단 62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브루스 보치(68) 감독이 주인공이 됐다.

보치 감독의 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1961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지휘하던 2010년, 2012년, 2014년에 이어 감독 인생 네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다.

그는 조 토리 전 뉴욕 양키스 감독, 월터 앨스턴 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과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에서 동률을 이뤘다.

세 감독보다 더 많이 우승한 감독은 양키스 전성시대를 이끈 케이시 스텡걸 전 감독·조 매카시 전 감독(이상 7회), 코니 맥 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감독(5회) 셋뿐이다.

2010년 텍사스에 아픔 준 보치 감독, 텍사스에 첫 WS 우승 선사
전설의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보치 감독은 2010년 월드시리즈에서 텍사스를 꺾고 처음으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구단 역사에서 텍사스가 가장 빛났던 때는 아메리칸리그를 연속 제패한 2010∼2011년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거푸 패해 고배를 들었다.

휴스턴을 따돌리고 12년 만에 아메리칸리그를 석권한 올해 통산 세 번째로 월드시리즈에 섰고, 첫 번째 우승 도전에서 아픔을 준 보치 감독이 이젠 텍사스의 사령탑으로 구단 사상 첫 우승이라는 염원을 해결했다.

2019년을 끝으로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 보치 감독은 4년 만에 29대 텍사스 감독으로 복귀한 올해 돌아오자마자 우승을 일궈 가을의 승부사라는 애칭을 재차 입증했다.

에이스 제이컵 디그롬의 팔꿈치 수술,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된 코리 시거의 허벅지 근육통, 손가락 부상 등에 따른 잦은 결장 등 보치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2010년 텍사스에 아픔 준 보치 감독, 텍사스에 첫 WS 우승 선사
가까스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를 차지해 5번 시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보치 감독은 신출귀몰한 단기전 마운드 운용으로 승승장구했다.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서 5차전 승리 투수인 선발 매디슨 범가너를 3-2로 앞선 7차전 5회에 투입해 5이닝 세이브라는 진기록과 함께 우승을 일군 게 보치 감독의 장기다.

틀을 깨고 보치 감독은 이처럼 선발을 불펜 투수로 자주 기용한다.

선발 투수 존 그레이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세 번이나 중간에 불펜 문을 열고 나왔다.

한국계 우완 투수 데인 더닝도 가을에는 불펜 투수로만 5번 등판했으며 좌완 앤드루 히니는 선발과 불펜으로 종횡무진 누볐다.

가을에 강한 승부사의 기(氣)를 받은 덕분인지 그저 그런 텍사스 불펜 투수들도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자책점 5.50으로 그저 그런 투수였던 조시 스포스는 올가을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75의 완벽한 셋업맨으로 환골탈태했다.

평균자책점 3점대 초반이던 아롤디스 채프먼의 수치도 가을에 2.25로 훨씬 낮아졌다.

2010년 텍사스에 아픔 준 보치 감독, 텍사스에 첫 WS 우승 선사
'올드 스쿨' 스타일이면서도 보치 감독은 투수를 바꿀 땐 상대 대결 성적 등을 꼼꼼히 따져 반 박자 빠르게 교체한다.

보치 감독이 26년간 정규시즌에서 거둔 승률은 0.499로 5할에 못 미치지만, 포스트시즌 승률은 6할을 넘는다.

특히 시리즈 최종전에서 이기는 것을 뜻하는 승자 독식 경기에서는 6승 무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베테랑을 중시하면서도 신예 조시 영, 에번 카터를 중용하는 데서 보듯 보치 감독은 신구조화에도 공을 들인다.

이처럼 큰 경기에 강한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큰 경기에 강한 감독도 있다.

토리 루벨로 애리조나 감독은 CBS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경이적인 지도자인 보치 감독과 월드시리즈에서 감독으로서 함께 설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겐 큰 영광"이라고 존경심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