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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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독감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을 두고 벌어지는 보험사의 과열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모럴해저드 및 과도한 의료행위가 유발돼 실손의료보험료 및 국민건강보험료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가 우려된다"고 했다.

금감원은 2일 14개 손해보험사와 간담회를 갖고 독감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의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 문제를 논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단기적으로는 손보사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상품개발 관행을 자제하라"고 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독감보험이다. 가입자가 독감 확진을 받아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면 보험사가 최대 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당초 보험금은 10만∼20만원 수준이었지만 한화손해보험 등 일부 손보사들이 보장금액을 100만원까지 높이면서 문제가 됐다.

"독감에 걸렸다고 보험금 100만원을 받는 게 말이 되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지만, 판매 중단을 앞두고 영업 현장에선 "곧 판매가 중단되니 얼른 가입하세요"라는 '절판 마케팅'까지 이어졌다.

올해 문제가 된 것은 독감보험뿐만 아니다. 운전자보험, 간호·간병보험, 응급실 내원특약을 두고서도 비슷한 형태의 과잉경쟁이 벌어졌다.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는 일부 유튜브 진행자가 보험사와 손잡고 '스쿨존 공포 마케팅'을 벌이면서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졌다. 간호·간병보험은 2만원에서 26만원으로, 응급실 내원특약은 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랐다.

일부 가입자는 큰 보험금을 받아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피해는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모럴해저드 및 병원의 과도한 의료행위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와 건보료 상승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를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등 실제 발생가능성이 없는 수준으로 보장금액을 확대하면 소비자는 비싼 보험료만 내고 이득을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과 관련해 손보사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보장하는 위험에 부합하도록 가입금액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