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영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연세암병원 제공
송시영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연세암병원 제공
항암백신 및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은 2013년 영국에서 진행한 췌장암 임상 3상(TeloVac)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삼성제약은 이오탁신 수치가 증가한 환자에서 GV1001을 투여해 화학항암제 대비 생존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렸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3일 투자업계에서는 뒤바뀐 임상 결과를 두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팀이 지난 달 30일 ‘영국 암 저널’(BJC)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앞서 영국에서 수행한 임상 3상과는 분리된 별개 임상이다. TeloVac은 젬백스앤카엘이 GV1001의 특허를 확보하기 전인 2006년에 시작돼 2013년에 종료됐다.

과거 TeloVac은 텔로머레이즈 펩타이드 백신인 GV1001을 단독 투여했을 때와 췌장암 치료에 쓰이는 화학항암제 젬시타빈 및 카페시타빈을 투약했을 때의 1년 동안 생존률을 최우선으로 비교하도록 설계됐다(1차 평가지표). 환자 등록 기준(Inclusion criteria)에만 맞으면 임상 환자로 받아 별도 분류 없이 임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미 알려졌듯 두 투약군간 생존기간에 대한 통계적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송 교수는 “TeloVac의 결과에 대한 하위분석을 한 결과, 혈중 이오탁신이 높은 환자들에게서 유의한 효능을 보인다는 것에 착안해 국내에서 새롭게 임상 3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이번에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오탁신은 우리 몸의 면역반응과 관련된 케모카인의 한 종류로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eosinophil)를 끌어들여 염증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은 알레르기 및 천식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송 교수팀은 TeloVac과 유사한 기준으로 췌장암 환자를 모집하되 혈중 이오탁신 수치가 기준치(81.02ng/㎖) 이상으로 증가한 환자 111명을 추려 실험군(GV1001)과 대조군(젬시타빈+카페시타빈)에 2대 1로 무작위 배정했다.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는 전체 생존기간(OS)이었으며, 2차 평가지표는 종양진행시간(TTP)이었다. TTP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함께 항암제 임상에서 종종 쓰이는 평가지표로, 무작위로 배정된 뒤 각 군에 환자가 종양의 진행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기간을 의미한다.

송 교수는 “췌장암은 암이 진행하지 않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 데다, 임상 참여 환자수가 100명대로 많지 않아 암의 진행 여부만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TTP를 2차 평가지표로 정했다"며 “PFS와 큰 차이는 없는 평가기준”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지난 1일 삼성제약이 공개한 것과 같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병용 투여한 시험군이 11.3개월, 젬시타빈·카페시타빈을 투여한 대조군이 7.5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 = 0.021). 종양진행시간 중앙값(mTTP) 또한 시험군 7.3개월로 대조군 4.5개월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P = 0.021).

삼성제약이 따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BJC에 실린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또한 7.3개월 대 4.6개월로 시험군과 대조군간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p=0.016).

송 교수는 “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약 34.1%에서 이오탁신이 기준치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환자 분류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GV1001이 췌장암 환자 중 약 3분의 1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오탁신과 GV1001과의 연관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오탁신 외 다른 바이오마커의 발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가 연구결과, MMP-2 또는 카테닌-알파1 등이 GV1001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단백질 마커로 지목됐다.

가령 이번 임상에서 혈중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약했을 때 GV1001의 객관적반응률(ORR)은 26.7%로 나타났다. 이오탁신 수치만이 GV1001의 반응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약후 T세포 증식의 변화도 GV1001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마커로 꼽혔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를 두고 대조군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2015년 11월 시작돼 2020년 4월에 종료된 임상 결과여서다. 그 사이 생긴 표준치료법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엔 젬시타빈 대신 폴리피리녹스(FOLIFIRINOX)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폴리피리녹스와 직접 비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GV1001이 더 우수하다고 확언하긴 어렵다”고 했다. 단, 연구논문을 통해서는 다른 연구논문을 인용해 “임상에 쓰인 대조군(젬시타빈·카페시타빈)의 유효성 결과가 폴리피리녹스를 포함한 현재의 표준치료법의 임상결과와 유사하다”고 했다.

이어 송 교수는 “GV1001은 임상에서 우수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여 표준치료법과의 병용효과가 기대된다”며 “병용요법(GV1001+표준치료법)과 표준치료법 단독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제약은 이번 연구결과를 근거로 췌장암 신약 허가신청 및 상용화 검토에 들어갔다. 신약개발을 맡은 젬백스는 글로벌 임상 3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