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1일 오전 7시 17분

"제2 SK쉴더스 발굴…韓기업 글로벌 성장 도울 것"
“잠재력 있는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한국에서 제2, 제3의 SK쉴더스를 찾아 투자하겠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를 이끄는 크리스티안 신딩 대표(CEO·사진)는 2일 서울 수하동 EQT파트너스코리아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QT의 기반이 된 스칸디나비아와 한국은 창업자가 장기간 오너십을 갖고 꾸준히 기업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기업문화에 공통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EQT는 유럽을 대표하는 운용사로 운용자산이 113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세계 3대 PEF다. EQT는 대중적으론 스웨덴 발렌베리가문 계열의 펀드로 더욱 친숙하다.

한국 시장에는 지난 5월 2조원을 투입해 보안회사인 SK쉴더스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시아와 한국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PEF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를 합병하면서 지역 역량을 키웠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로부터 총 9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해 운용하고 있다.

신딩 CEO는 한국에서의 첫 빅딜로 SK쉴더스를 낙점한 이유로 ‘사이버 보안’을 꼽았다. 그는 “SK쉴더스는 물리적인 보안 분야에서 압도적이지만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1위인 기업”이라며 “SK쉴더스의 보안 모니터링 역량에 인공지능(AI) 등 EQT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가진 정보기술(IT)을 접목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QT는 SK쉴더스의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첫 타깃은 동남아시아다. 신딩 CEO는 “ESG(사회·환경·지배구조) 트렌드에 따라 SK쉴더스가 보유한 순찰차와 순찰 오토바이를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고, 동남아를 시작으로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QT는 한국에서 바이아웃(기업 경영권 인수) 투자를 넘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기회도 엿보고 있다. 신딩 CEO는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며 교육 수준과 기술 활용도도 높아 EQT가 추구하는 투자 전략과 잘 맞는다”며 “현재 30명 정도인 한국 사무소 인력을 더 늘려 부동산과 인프라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유럽을 기반으로 성장한 EQT는 미국계 PEF 운용사와는 투자 전략과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딩 CEO는 EQT의 기본정신이 ‘자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more than capital)’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모펀드들이 좀 더 금융 중심의 운용을 하는 데 비해 저희는 산업적인 전문성을 활용한 투자를 하는 게 특징”이라며 “기업을 소유하면서 오너로서 더욱 발전시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창업 때부터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QT가 기업을 인수한 뒤 가장 먼저 공을 들이는 작업은 기업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해 줄 수 있는 풀 포텐셜 플랜(FPP)을 15장 내외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다. 신딩 CEO는 “FPP란 기업이 보유한 자원이 무엇이고 EQT가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을 합했을 때 그 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잠재력을 설정하는 계획”이라며 “이사회와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도 참여해 이를 100일 내에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FPP가 마련되면 모두가 기업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FPP는 기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더 강하고, 성장성 있고, 역동성 있는 기업이 되도록 참여를 이끌어 내는 동력을 얻는 방법”이라고 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