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류로 달인 물을 잘못 마시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증상을 겪은 노부부. /사진=유튜브 채널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캡처
독버섯류로 달인 물을 잘못 마시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증상을 겪은 노부부. /사진=유튜브 채널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캡처
버섯 달인 물을 잘못 마셨다가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고통을 겪었다는 노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야생 버섯을 채집해서 음식 재료로 삼으면 향긋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얻을 것 같지만, 독버섯을 잘못 알고 먹으면 극심한 고통을 받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유튜브 채널 'EBS 컬렉션-사이언스'에는 '풍성했던 머리카락이? 독버섯 이렇게 무섭습니다! 독버섯 우린 물 마시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부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영상에는 한 노부부가 버섯 달인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신 뒤, 두사람 모두 병원으로 실려 가 무균실에서 15일간의 치료를 받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버섯을 잘못 먹고 남편과 함께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게 된 아내는 "진짜 너무 아팠다. 우리가 저승 갔다가 온 거다"라며 "버섯이 얼마나 독하면 머리가 이렇게 다 빠질 수 있냐"고 토로했다. 남편도 "바람이 머리에 닿으면 살이 찢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이들은 1년이라는 시간 끝에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붉은사슴뿔버섯(왼쪽), 영지버섯(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캡처
붉은사슴뿔버섯(왼쪽), 영지버섯(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캡처
당시 부부의 딸이 농촌진흥청에 문제의 버섯을 의뢰한 결과, 이들이 먹은 버섯은 '붉은사슴뿔버섯(맹독성 버섯)'으로 밝혀졌다. 붉은사슴뿔버섯은 주로 여름과 가을에 발생하며, 썩은 나무 근처에서 자라난다. '크리코테신'이라는 독성분을 가지고 있고, 이 물질은 냉전 시대 생화학무기로 사용된 적이 있을 정도로 매우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붉은사슴뿔버섯은 영지버섯과 유사하게 생겨서 종종 식용버섯으로 착각해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독버섯 중독사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희생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1일 소방청은 지난해 야생 버섯 섭취로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나 119가 출동한 건수가 10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증상이 나타난 시간은 섭취 후 2∼3시간 19건(26%), 1∼2시간 15건(20.5%), 3∼4시간 10건(13.7%), 1시간 이내 10건(13.7%) 등이었다.

노부부의 사례처럼 말린 버섯을 차로 우려먹은 경우 24시간 이후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독버섯 등 야생 버섯 섭취로 인한 주요 증상은 오심·구토, 어지러움, 복통, 설사, 전신 쇠약, 식은땀, 두통 등이었다. 심한 경우 섬망, 혀 마비 등의 증상도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버섯은 총 2170종으로, 이 가운데 먹을 수 있는 버섯은 493종(22.8%)이다. 나머지 1677종(77.2%)은 독버섯이거나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이 잘못된 판별법을 상식처럼 알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버섯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강한 독소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 상식처럼 알려진 독버섯 구별법은 대부분 잘못된 속설이다. 국립수목원은 '색이 화려하고 원색이면 독버섯이다', '세로로 잘 찢어지면 식용이다', '은수저가 닿았을 때 색이 변하면 독버섯이다',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 등은 모두 사실과 다른 정보라고 강조했다.

야생 버섯을 먹은 뒤 메스꺼움, 구역질, 구토, 설사,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섭취한 버섯을 토해내고 병원에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이때 환자가 먹고 남은 버섯이 있다면 함께 가져가야 독버섯 여부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독버섯은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독소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물질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아는 외형이라도 절대 야생 버섯을 섭취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동물이 먹을 수 있는 버섯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고, 조리를 한다고 해도 독버섯의 독은 제거할 수 없다"며 "증상이 몇시간 후에 나타날 수도 있는 등 위험하니 야생 버섯 섭취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면 야생 버섯이 느는데 가을철 나들이, 산행 등 야외 활동도 증가하면서 무분별한 채취와 독버섯 섭취로 중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도 잘못된 독버섯 구별법이 통용되고 있다. 야생 버섯은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만 구매해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식용버섯과 독버섯 구별법.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식용버섯과 독버섯 구별법.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