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켜야죠"…'기적의 생환' 1년 봉화 광부 박정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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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실태 점검, 실제 나와서 해야…탁상행정으로는 모든 게 미흡"
생존박스 보급 등 '광산 안전 대책' 짚어…충격, 트라우마는 여전 "위험 작업자를 관리하는 부서는 현장 전문성을 조금 더 갖춰야 합니다.
"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두 광부가 221시간 만에 생환한 지 오는 4일로만 1년이 된다.
선산부(작업반장) 박정하(63)씨는 당시 후산부(작업보조자)와 지하 190m 수직갱도에서 극적으로 구조되며 '이태원 참사'로 비탄에 빠진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됐다.
박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을 털어놓기에 앞서 '광산 안전 대책'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지켜야 한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들이 갱내 안전 실태 점검을 실제로 나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산자부 직원들이 광산 운반 갱도 정도만 보고 나오는 실태 점검에 그친다.
실제 막장까지 들어와서 확인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라며 "탁상행정으로는 그 어떠한 안전 조치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겪은 사고 조사도 그 여느 공무원이나 2차 사고를 이유로 현장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고 관계자 진술서만으로 처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동부, 산자부, 경찰 모두 회사 쪽에 유린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4일 경북 울진에서 산자부 차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박 씨는 "지금도 광산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나의 동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업장 환경 개선밖에 없는 것 같다"며 "공언을 한 만큼 제도권 사람도 아닌 저는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지난 1년간 정부에 나서달라고 분투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 덕에 지난 9월 산자부가 처음으로 막장 내 비상 대피용 생존 박스를 설치했다.
생존 박스는 갱도 내 화재, 매몰, 붕괴 등 위험이 발생했을 때 광산 근로자가 대피할 수 있는 긴급 시설로 장소를 이동해가며 설치할 수 있다.
앞으로 전국 83개 광산에 생존 박스가 보급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사고가 났던 광산은 지난 9월 조업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 산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가 박씨에게 광산업체 직원들의 생계 문제를 거론하며 설득했다.
박 씨는 자신과 결부시키지 말고 갱도 내 안전조치가 다 됐으면 재개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고, 이튿날 조업 재개 허가증이 발부됐다.
산업 재해로 인한 보상 등과 관련해 박 씨는 아직 사측과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다.
조업이 재개되고 나서야 사측은 박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갱도 안전관리인으로 재취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 씨는 "말이 안 된다"라며 "회사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사고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1년이 되는 시점인데도 회복이 안 된다"며 "구조되기 3∼4일 전부터 들렸던 환청, 마지막 날 헤드랜턴이 꺼지면서 왔던 충격,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유지했어야 하는 소재들이 자꾸 악몽으로 등장하는데 평생 가지고 가야 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구조 당시 박 씨는 최고혈압 160㎜Hg, 최저혈압 80㎜Hg, 맥박 82회, 산소포화도 95%, 체온 35도였으며, 다소 흉통을 호소하는 상태였다.
구조 1년째가 되는 오는 4일 박 씨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초청을 받아 가족과 함께 경북 안동으로의 방문을 앞두고 있다.
박 씨 첫째 아들 박근형 씨는 "아버지가 구조되시고 지난 1년 동안 가족은 정말 행복하게 잘 보냈다"라며 "단지 아버지의 정신 건강 문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도 계속 치료는 받고 있지만 이런 피해를 겪은 분들이 장기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적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생존박스 보급 등 '광산 안전 대책' 짚어…충격, 트라우마는 여전 "위험 작업자를 관리하는 부서는 현장 전문성을 조금 더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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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두 광부가 221시간 만에 생환한 지 오는 4일로만 1년이 된다.
선산부(작업반장) 박정하(63)씨는 당시 후산부(작업보조자)와 지하 190m 수직갱도에서 극적으로 구조되며 '이태원 참사'로 비탄에 빠진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됐다.
박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을 털어놓기에 앞서 '광산 안전 대책'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지켜야 한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들이 갱내 안전 실태 점검을 실제로 나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산자부 직원들이 광산 운반 갱도 정도만 보고 나오는 실태 점검에 그친다.
실제 막장까지 들어와서 확인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라며 "탁상행정으로는 그 어떠한 안전 조치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겪은 사고 조사도 그 여느 공무원이나 2차 사고를 이유로 현장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고 관계자 진술서만으로 처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동부, 산자부, 경찰 모두 회사 쪽에 유린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4일 경북 울진에서 산자부 차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박 씨는 "지금도 광산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나의 동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업장 환경 개선밖에 없는 것 같다"며 "공언을 한 만큼 제도권 사람도 아닌 저는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지난 1년간 정부에 나서달라고 분투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 덕에 지난 9월 산자부가 처음으로 막장 내 비상 대피용 생존 박스를 설치했다.
생존 박스는 갱도 내 화재, 매몰, 붕괴 등 위험이 발생했을 때 광산 근로자가 대피할 수 있는 긴급 시설로 장소를 이동해가며 설치할 수 있다.
앞으로 전국 83개 광산에 생존 박스가 보급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사고가 났던 광산은 지난 9월 조업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 산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가 박씨에게 광산업체 직원들의 생계 문제를 거론하며 설득했다.
박 씨는 자신과 결부시키지 말고 갱도 내 안전조치가 다 됐으면 재개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고, 이튿날 조업 재개 허가증이 발부됐다.
산업 재해로 인한 보상 등과 관련해 박 씨는 아직 사측과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다.
조업이 재개되고 나서야 사측은 박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갱도 안전관리인으로 재취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 씨는 "말이 안 된다"라며 "회사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사고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1년이 되는 시점인데도 회복이 안 된다"며 "구조되기 3∼4일 전부터 들렸던 환청, 마지막 날 헤드랜턴이 꺼지면서 왔던 충격,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유지했어야 하는 소재들이 자꾸 악몽으로 등장하는데 평생 가지고 가야 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구조 당시 박 씨는 최고혈압 160㎜Hg, 최저혈압 80㎜Hg, 맥박 82회, 산소포화도 95%, 체온 35도였으며, 다소 흉통을 호소하는 상태였다.
구조 1년째가 되는 오는 4일 박 씨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초청을 받아 가족과 함께 경북 안동으로의 방문을 앞두고 있다.
박 씨 첫째 아들 박근형 씨는 "아버지가 구조되시고 지난 1년 동안 가족은 정말 행복하게 잘 보냈다"라며 "단지 아버지의 정신 건강 문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도 계속 치료는 받고 있지만 이런 피해를 겪은 분들이 장기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적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