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교역량, 개도국이 미·유럽·일 더한 것보다 많아"
"점점 자원 한쪽으로 쏠리면서 대립 해소 더 어려워져"
"미중 무역·투자 제 갈 길 공고화…분열은 세계 경제에 손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단일 글로벌 경제에 중국을 파트너 겸 고객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무역과 기술, 안보 및 다른 까다로운 문제들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방과 중국은 점점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중국은 40여년 전 경제 개방 이후 처음으로 개발도상국과의 최근 교역량이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며 양 세력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두 세력의 경쟁 격화로 미국과 유럽이 얻을 이점으로는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낮아지고 중국 쪽으로 갈 수 있는 미국인과 유럽인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성장 둔화와 같은 심각한 위험 역시 있으며, 많은 경제 전문가는 서방과 중국 양쪽에 비용이 이점을 능가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양측이 더 많은 자원을 자기들 쪽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이같은 전략을 해소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개의 경쟁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과 투자 흐름은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 공장들은 서방의 화학제품, 부품, 공작기계를 자국 내 혹은 개발도상국에서 조달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동남아시아 무역은 2019년에 미국과의 무역 규모를 앞질렀고, 현재 독일보다는 러시아와 더 많은 교역을 하고 있다.

또 중국의 해외 투자는 미국보다는 인도네시아나 중동과 같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 중국 내 미국기업 단체인 미중기업협의회(USCBC)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미국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지난 1년간 중국 투자 계획을 줄이거나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고치며, 지난해 22%를 훨씬 웃돈다.

미국 컨설팅 회사 로디엄그룹의 수석 고문 노아 바킨은 "세계는 경쟁 영역으로 쪼개지고 있다"며 "여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자체 추진력을 가진 모멘텀이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하고 각 정부의 관리가 더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분열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과 서방 분열이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에 국내총생산(GDP)의 7%, 즉 수조 달러의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장을 서방에 의존해온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출산율 붕괴와 과도한 부채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기들만의 세력권 아래에서는 장기 침체를 막을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

WSJ의 중국 세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남미, 아프리카 및 아시아 개발도상국 시장은 현재 전체 중국 무역의 36%를 점유한다.

미국, 유럽, 일본 시장은 합해서 33%를 차지하는 데 그쳐 지난 여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이 없다는 가정하에 중국과 서방 간의 완전한 디커플링(산업망, 공급망 등에서의 특정국 배제)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WSJ은 진단했다.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가 2030년까지 약 105억 달러(14조원)의 투자를 계획하는 등 중국의 낮은 생산비와 광대한 소비자 시장은 여전히 많은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다.

틱톡이나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 등 중국과 관련 있는 기업은 미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등 중국산 제품 수입은 관세 부과로 급락했지만, 그 영향을 받지 않는 장난감과 게임 등의 구매는 급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