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3일 오후 4시

국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 시장을 찾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단기물로 돌려막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P 및 전단채 순발행액 9조원 돌파

싸늘한 자금시장…CP로 회사채 막는 기업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2조8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은 순상환 기조다. 월별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4조8429억원) 후 순발행액이 가장 적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꺼리거나 시장 금리가 너무 높아 회사채 발행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기금 등 회사채 시장 ‘큰손’들이 연말을 앞두고 조기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간 것도 반영됐다.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단기 자금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CP 및 전단채 순발행액은 총 9조3161억원에 달했다. 7월 7075억원이 순발행된 후 8월(-3조622억원)과 9월(-3조7582억원) 순상환 기조를 보이던 시장이 갑자기 순발행으로 돌아선 것이다. 단기물에 갑자기 수요가 쏠리면서 금리는 치솟았다. A1급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연 4.31%로 마감했다. 한 달 전보다 0.26%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2월 6일(연 4.32%) 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 속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단기물로 몰리고 있다”며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단기 조달 수요가 많아지고, 이런 현상이 다시 단기물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기업 자금 조달 부담 커질 듯

회사채 시장에선 AA급 이상 우량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AA급 이상 우량 기업 아홉 곳 가운데 SK텔레콤 등 일곱 곳이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의 평균)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었다. 예상보다 비싼 이자를 내고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의미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을 찾고 있다. P-CBO는 신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한다. 신용등급이 A급인 한솔제지와 BBB급인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P-CBO를 통해 각각 800억원, 560억원을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있어서다. 상당수 기업은 기관들이 지갑을 여는 연초까지 단기물로 만기 회사채 차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