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국채 가격이 오르며 시장이 되살아났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끝낼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서다. 주요국의 기준금리가 이제 정점을 찍고 고금리 장기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 상승 종료 기대에 채권 랠리

"금리인상 사실상 끝났다"…美·유럽 채권 랠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년여간 채권 시장을 강타한 중앙은행의 긴축이 끝날 수 있다는 신호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 국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Fed의 결정 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뜻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 기준금리가 동결된 1일엔 하루 만에 0.19%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2일에도 0.12%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연 4.66%까지 밀렸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엔 16년 만에 최고치인 연 5%를 돌파한 바 있다.

FT는 “채권 시장 랠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이 동결을 결정한 뒤 “향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다. 솔리타 마르첼리 UBS자산관리 미주지역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회의 결과는 Fed의 긴축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고 평가했다.

유럽 국채 가격도 상승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2일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자, 이날 영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연 4.70%로 6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5%포인트 떨어져 연 4.35%가 됐다. 같은 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국채 시장의 기준인 독일 국채 금리도 0.05%포인트 하락한 연 2.7%대에서 움직였다.

○“고금리 장기화에 장점도 있어”

로이터통신은 Fed와 잉글랜드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현재 기준금리가 정점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고 평가하며 고금리 장기화라는 동일한 방향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 중앙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은 만큼 현재 수준에서 장기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만약 미국 경기가 침체될 경우 고금리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어 채권 매입과 같은 다른 비상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각국의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점은 변수다. ECB의 대표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이사벨 슈나벨 이사는 2일 “공급 측면에서의 충격이 물가를 자극해 중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문(가능성)을 아주 닫을 수 없는 이유”라고 발언했다. ECB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