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직구 플랫폼 스타트업 딜리버드코리아의 김재은 이사(왼쪽)와 김종익 대표.  강은구 기자
역직구 플랫폼 스타트업 딜리버드코리아의 김재은 이사(왼쪽)와 김종익 대표. 강은구 기자
딜리버드코리아는 국내 커머스 플랫폼을 해외 소비자와 잇는 서비스를 한다. 스타트업 업계에 흔치 않은 남매 창업 기업이다.

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류가 인기를 끌며 해외 ‘리셀러(재판매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사업을 위해 두 살 위 누나와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부산에서 의류 유통 사업을 하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물류업체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액세서리를 재판매하는 미국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합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다시 창업에 도전한 것은 2013년이다. 국내 쇼핑몰에 제품을 팔던 업체를 대상으로 해외 쇼핑몰 구축과 국외 배송, 고객관리(CS) 등을 대행하는 업체를 차렸다. 나름대로 순항하던 사업은 코로나19를 만나 무너졌다. 김 대표는 “직원 70%를 구조조정했다”며 “너무 폭넓은 사업을 꾸린 것이 약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이 누나인 김재은 딜리버드코리아 이사다.

김 이사는 15년 차 현직 대학교수다. 소비자 행동학 연구자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고 일하고 있다. 김 이사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며 동생과 함께하게 됐다. 그는 “당시엔 재활해도 회복이 잘되지 않아 학교 생활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며 “때마침 동생의 사업을 조언하며 이론을 현장에 접목해 보는 재미를 찾았다”고 했다. 딜리버드코리아가 2021년 3월 ‘피버팅(사업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회사를 도왔다. 현재는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일한다.

남매가 사업을 위해 함께 찾은 해법은 다루는 범위를 좁히고, 타깃 대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단순히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을 끌어모아 자체 플랫폼에 가두기로 했다. 김 이사는 “외국 소비자들이 딜리버드코리아 플랫폼에 자신들이 알아본 품목 링크를 입력하거나 ‘A 제품을 사줘’ 형태로 문장을 넣으면 비슷한 상품을 찾아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커머스 플랫폼들의 영문 사이트도 파트너십 대상으로 삼았다.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물건은 해당 커머스 사이트에서 보게 하되 결제와 배송 과정을 자체 플랫폼에 연결해 처리되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을 거쳐 간 제품은 124만 개, 월평균 해외 이용자 수는 106개국 40만 명가량이다. 주요 판매 제품은 K팝 관련 굿즈를 중심으로 화장품, 패션, 전자제품 등이다. 번개장터, 쇼피파이 등이 파트너사다.

김 대표는 “직원들을 내보내던 시절 사람 때문에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가치관을 공유하는 혈연이 큰 힘이 됐다”며 “부산에서 해운 사업을 일궜던 아버지가 저희 사업을 응원하고 있는데 부산을 대표하는 역직구 업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