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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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구분 없이 인력을 골고루 기용한 기업들은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평등과 기업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조사들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일(현지시간) "2013년부터 2022년까지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성평등 지수가 높은 기업들이 낮은 기업들보다 연간 2%포인트 더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블랙록은 MSCI 월드 지수를 토대로 1250여개의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성별 균형 측면에서 중간 5분위에 속하는 기업(남녀 채용이 균등한 기업)은 평균 연간 자산수익률이 7.7%로 보고됐다. 반면 인력 가운데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과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연간 자산수익률이 각각 5.6%, 6.1%에 불과했다. 남녀 인력을 균등하게 쓰는 게 기업 성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다는 의미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주식 시장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주가와 연계된 지표 대신 자산 수익률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수익률 상승은 국가와 업종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며 "특히 수익 창출 직종, 엔지니어링, 고임금 직종에서 성평등이 가장 높은 기업의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남성·여성 골고루 인력 뽑았더니…'놀라운 결과' 나왔다
또한 "인사 정책과 재무 성과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여성 직원의 출산 휴가가 더 긴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성과가 더 좋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블랙록의 산드라 로슨 상무이사는 "인적 자본은 투자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이번 연구는 최근 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이슈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나왔다. 기업들이 ESG 경영에 치중하느라 수익 극대화라는 본연의 업무와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워크 자본주의(깨어 있는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이다. 블랙록은 워크 자본주의 비판 여론으로 인해 ESG 방침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연구 결과는 투자 과정에서 성별 대표성 및 기타 사회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자산 수탁 의무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투자 회사들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맥킨지도 최근 15개국 1039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 내 성별 다양성이 평균 이상의 수익성을 낳는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미국 상장기업의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더 높은 자기자본 수익률를 가져오고, 주당순이익 변동성을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