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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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사진)가 3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세력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편에 서서 전쟁에 가담해 왔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전선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사태의 진전 여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레바논의 전선에선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으며, 헤즈볼라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날마다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대신 레바논과의 국경으로 병력을 옮길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국경 근처에서 산발적인 전투를 이어 온 헤즈볼라가 전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스랄라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바로 다음 날부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남부에서 전투에 돌입했고, 지금까지 57명의 전사가 사망했다”며 “헤즈볼라가 벌이고 있는 교전은 대단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1948년 이래 전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헤즈볼라가 어떤 행동을 실행에 옮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스랄라는 미국을 겨냥해 “이번 전쟁의 전적인 책임을 진다”며 날을 세웠다. 미국이 이스라엘 주변에 군함을 배치한 것에 대해 그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선 “(미국에 이용되고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군이 “한 달 내내 단 한 번의 군사적 성과도 내지 못할 만큼 나약하다”며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이룰 수 없는 목표(가자지구 점령)를 설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이스라엘의 어리석음과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여성들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자료=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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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랄라는 이번 전쟁을 “가장 정직하고 고귀한 전투”라고 표현하면서 “하마스가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아크샤의 홍수(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새 국면을 마련했다. (하마스의) 공습 결정은 적절한 시기에 현명하고 용기 있게 이뤄졌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기습 작전을 동맹 세력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랄라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은 건 개전 이래 처음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