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정규빈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4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정규빈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정규빈(26)이 지난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폐막한 ‘2023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정규빈은 이날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윤이상콩쿠르 우승자에겐 상금 3000만원과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정규빈은 우승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준비한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큰 상까지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며 “연주할 때 기교적인 요소보다는 작곡가의 목소리가 청중에게 온전히 전해지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윤이상콩쿠르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한 콩쿠르로 매년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러시아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006·첼로), 영국 리즈콩쿠르 우승자 소피아 굴리악(2008·피아노) 등 명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바로 전 대회인 2019년 윤이상콩쿠르(피아노 부문)에선 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19)이 1위에 올랐다. 정규빈에게 “임윤찬이 우승한 콩쿠르에서 그다음으로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부담은 없냐”고 묻자 “임윤찬은 감히 내가 실력으로 견줄 수 없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윤찬은 테크닉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건반을 내려치는 순간부터 자기만의 음악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어 단숨에 청중을 장악하죠.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별한 능력입니다. 배울 수 있다면 어떻게든 배우고 싶을 만큼요.”

정규빈은 한국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피아니스트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을 사사한 그는 2016년 일본 도쿄 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독일 뮌헨 국립음대의 안티 시랄라 교수 문하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에게 음악가로서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지금껏 단 한순간도 제 연주에 만족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갈 길이 멀죠. 많은 시간이 흘러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청중이 느끼기에 ‘음악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