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금리 피벗' 가능성에 美 안정 한국도 시장에 신호 줘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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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국채금리
年 4.5%대까지 급락
증시 폭락설도 잠잠
추경호와 이창용
재정·통화정책
적극 운용해야
韓 저성장 탈피
年 4.5%대까지 급락
증시 폭락설도 잠잠
추경호와 이창용
재정·통화정책
적극 운용해야
韓 저성장 탈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 시사 발언으로 지난 5월 이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이던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때 연 5%를 넘어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대까지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4.8%대까지 떨어졌다.
피벗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고 넘어가자. 통화정책 변화를 뜻하는 피벗은 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재정정책 변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이번에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는 직접적인 계기는 후자에서 나온 피벗 때문이다.
국채 금리를 안정화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해 시장금리를 의도대로 조정해 가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리 체계가 흐트러졌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는 중앙은행이 의도한 이상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한다. 기준금리가 조타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신경제 신화로 낀 거품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거품을 더 조장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S)를 조정해 국채 유동시장에서 수급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번처럼 급등하는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추진하는 양적긴축(QT)과 충돌한다.
11월 회의에서 Fed와 파월 의장이 명시적으로 피벗을 시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년 전 피벗을 시사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 Fed 회의 발표문은 이번에는 어떤 틈도 주지 않을 만큼 명확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파월 의장은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경제지표에 의존한다는 기본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상으로도 피벗에 대한 기대가 나온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작년 12월 Fed 회의 이후 금리 인상폭이 0.75%포인트→0.5%포인트→0.25%포인트→0%포인트 순으로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금리 변경 경로가 5월 인상→6월 동결→7월 인상→9월 동결로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11월에는 인상(go)해야 했지만, 결과는 동결(stop)이었다.
Fed의 양대 책무상으로도 피벗을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이다.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상승률은 3.7%로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 실업률도 3.9%로 완전고용 수준인 3.4∼3.8%의 상단을 벗어나 노동시장이 느슨해졌음을 보여줬다.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처럼 Fed가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국채시장에서 수요 파괴 현상까지 일어날 때 이 방안은 더 효과적이다. 국채시장이 만성적인 초과공급 여건에서는 발행 물량을 줄여야 수급을 개선할 수 있고 유동성도 공급이 안돼 Fed와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되자 지난달 이후 나돌았던 채권가격 폭락, 1987년 블랙먼데이 재연 우려, 비트코인 2만달러 붕괴 등 3대 폭락 위기설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있다.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 경제 대통령이 ‘파월’에서 ‘옐런’으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 변동에 취약성을 드러냈던 한국 증시도 한숨 돌리고 있다. 23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2400선에 다가섰고 700선 붕괴 초읽기에 몰렸던 코스닥지수도 기사회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30원 이상 하락(원화 강세)했다. 옐런 장관이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정작 한국은 어떤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해 놓고 매파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저하고’를 강조하면서 재정지출 확대에는 주저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면 1∼2%대의 저성장 국면을 어떻게 탈피하겠는가. 우리도 피벗이 나와야 할 때다.
피벗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고 넘어가자. 통화정책 변화를 뜻하는 피벗은 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재정정책 변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이번에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찾는 직접적인 계기는 후자에서 나온 피벗 때문이다.
국채 금리를 안정화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해 시장금리를 의도대로 조정해 가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리 체계가 흐트러졌을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는 중앙은행이 의도한 이상 올라가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한다. 기준금리가 조타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신경제 신화로 낀 거품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거품을 더 조장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S)를 조정해 국채 유동시장에서 수급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번처럼 급등하는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추진하는 양적긴축(QT)과 충돌한다.
11월 회의에서 Fed와 파월 의장이 명시적으로 피벗을 시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년 전 피벗을 시사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 Fed 회의 발표문은 이번에는 어떤 틈도 주지 않을 만큼 명확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파월 의장은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경제지표에 의존한다는 기본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상으로도 피벗에 대한 기대가 나온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작년 12월 Fed 회의 이후 금리 인상폭이 0.75%포인트→0.5%포인트→0.25%포인트→0%포인트 순으로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금리 변경 경로가 5월 인상→6월 동결→7월 인상→9월 동결로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11월에는 인상(go)해야 했지만, 결과는 동결(stop)이었다.
Fed의 양대 책무상으로도 피벗을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이다.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상승률은 3.7%로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 실업률도 3.9%로 완전고용 수준인 3.4∼3.8%의 상단을 벗어나 노동시장이 느슨해졌음을 보여줬다.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처럼 Fed가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국채시장에서 수요 파괴 현상까지 일어날 때 이 방안은 더 효과적이다. 국채시장이 만성적인 초과공급 여건에서는 발행 물량을 줄여야 수급을 개선할 수 있고 유동성도 공급이 안돼 Fed와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안정되자 지난달 이후 나돌았던 채권가격 폭락, 1987년 블랙먼데이 재연 우려, 비트코인 2만달러 붕괴 등 3대 폭락 위기설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있다.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 경제 대통령이 ‘파월’에서 ‘옐런’으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 변동에 취약성을 드러냈던 한국 증시도 한숨 돌리고 있다. 23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2400선에 다가섰고 700선 붕괴 초읽기에 몰렸던 코스닥지수도 기사회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30원 이상 하락(원화 강세)했다. 옐런 장관이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정작 한국은 어떤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해 놓고 매파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저하고’를 강조하면서 재정지출 확대에는 주저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면 1∼2%대의 저성장 국면을 어떻게 탈피하겠는가. 우리도 피벗이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