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주요 테크 기업이 새로운 생성 인공지능(AI)으로 ‘가을 대전’에 나섰다. 작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뒤 1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 특히 AI업계 화두로 떠오른 멀티모달과 비용 절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새 챗봇 내놓은 머스크

머스크는 4일(현지시간) 본인이 설립한 스타트업 xAI에서 개발한 AI 챗봇 ‘그록(grok)’을 공개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챗봇을 머스크도 만든 것이다. 그록은 ‘이해하다, 공감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머스크는 “그록이 다른 AI보다 이점이 많다”며 “약간 비꼬는 듯한 유머감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흥미롭게 챗봇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는 얘기다.
머스크도 AI 챗봇 공개…빅테크 '가을 大戰'
머스크는 코카인 만드는 방법을 챗봇에 물어본 사례를 공유했다. 그록은 “잠깐만 기다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코카인 레시피를 가져올게”라고 한 뒤 4단계 제조법을 제시했다. 이어 “농담”이라며 “코카인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고 위험해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지난 2일 암호화폐거래소 FTX 설립자 샘 뱅크먼이 금융사기 등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답변을 했다. 그록은 유죄 평결에 대해 “배심원단은 그가 다양한 종류의 사기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단 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벤처캐피털이 몇 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록은 앞으로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머스크는 밝혔다. 그는 “월 16달러짜리 X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그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AI, MS “효율성 높여라”

오픈AI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창립 후 첫 번째 개발자 회의를 열 예정이다. 로이터는 “오픈AI가 이번 행사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 개선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생성 AI는 정보 추천, 아이디어 제안, 요약, 번역 등 막강한 기능으로 각광받았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챗GPT의 경우 하루 운영비만 70만달러(약 9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생성 AI와 관련해 비용 절감 이슈가 불거진 점을 겨냥해 이에 걸맞은 가성비 서비스를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MS도 오는 14~17일 시애틀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인 ‘이그나이트 2023’ 행사를 연다. 이 회사는 지난 2일 파라미터(매개변수)가 13억 개에 불과한 가벼운 멀티모달 모델 ‘파이-1.5’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모델의 특징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주요 LLM보다 훨씬 적은 파라미터로 구동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수준급 성능을 지닌다는 것이다. 특히 파이-1.5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보고 해석할 수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파이-1.5는 GPT에서 일차적으로 가공해 생성한 합성데이터를 사용해 훈련했다. 그만큼 AI 학습 효율을 높여 적은 비용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MS는 이를 통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MS는 최근 동맹 관계인 오픈AI를 견제하고 있다. 파이-1.5를 공개한 것도 자체 AI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독자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MS가 자체 AI를 활용한 제품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