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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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시기가 오자 증시도 움츠러들고 있다. 올초 예상했던 ‘상고하저’ 전망은 싹 사라지고, 시장 눈높이는 내리막이다.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고금리 기조는 내년 이후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잣대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반도체와 고배당 여력을 갖춘 금융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선우 기자
그래픽=김선우 기자

“반도체 추가 상승 여력”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200대 기업에서 최근 3개월 사이 목표가 상향이 가장 많았던 산업은 반도체와 금융으로 조사됐다.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낸 반도체 업체는 총 14곳인데 이 중 13곳의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삼성전자는 3개월 전과 비교해 목표주가가 1.12% 상향됐다. SK하이닉스는 6.19%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각각 9만1136원, 15만3158원으로 나왔다. 현 주가에 비해 삼성전자는 30.94%, SK하이닉스는 21.75% 높은 수준이다.

첨단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주인 한미반도체는 목표주가가 118.71% 상향됐다. 한미반도체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571원으로 현 주가(5만6500원)보다 25%가량 높다. HPSP(27.31%), 이오테크닉스(66.89%), ISC(23.61%), 유진테크(16.98%), 넥스틴(19.75%) 등 코스닥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 목표주가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평균 목표주가는 현 주가에 비해 15~65% 높다.

반도체 분야 기업들의 목표주가가 오른 것은 시장 회복 기대 때문이다. 올해는 PC, 모바일, 서버 분야의 반도체 수요가 침체되며 재고 증가 및 가격 하락이 나타났고, 이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업계는 올 4분기 이후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PC, 모바일, 서버 등에 사용되는 D램과 낸드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과거에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았던 시장도 새로 생기고 있다. 이미 주가가 오른 기업이 많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은행주는 방어주로 활용”

금융주도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개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낸 14곳의 은행·보험사 중 12곳의 목표주가가 지난 3개월 동안 상향됐다. KB금융의 목표주가는 이 기간 8.88% 올랐다. KB금융의 평균 목표주가는 6만9474원으로 현 주가보다 32.07% 높다. 삼성화재 목표주가는 4.96%, 기업은행은 5.77%, DB손해보험은 8.89% 올랐다. JB금융지주(14.12%), DGB금융지주(5.64%) 등 지방은행들의 목표주가도 상향됐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은행과 보험사의 목표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현재 금리 인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고수하자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전망이 싹 사라졌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도 큰 충격 없이 연착륙하고 있다는 분석도 금융주에 긍정적이다. 은행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주를 투자할 때 변동성이 낮으면서 고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기대할 방어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주, 보험주들의 연평균 배당률은 4~6% 수준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우량 은행주, 금융 분야 상장지수펀드(ETF) 등 방어력이 높은 종목들은 최근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효과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26.42%), 현대오토에버(17.61%), 영원무역(10.51%), 농심(9.67%) 등 종목들의 목표주가가 상향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목표주가엔 기업의 펀더멘털과 향후 전망이 반영되기 때문에 다수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할 때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특히 목표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거나 목표주가와 현 주가의 차이가 큰 기업들은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