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로 커질 반도체기판 시장…삼성전기 "글로벌 톱3로 도약"
“화장하신 분은 지워주세요. 선크림, 비비크림, 틴트도 모두 안 됩니다.”

지난 2일 방문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사진). 공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직원들은 “화장을 지워달라”고 당부했다. 이곳의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회로를 그리는 등 미세한 단위로 작동한다. 인체에서 나오는 작은 먼지조차도 설비 가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1991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축구장 24개 면적과 맞먹는 17만5200㎡ 규모로 1855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매출 1조2500억원을 올린 세종사업장은 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두뇌 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기판을 생산한다. AP 기판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 공장이다.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사이의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AP나 메모리 반도체 뒤에 붙어 있다. 로봇팔 등이 여기저기로 옮겨진 기판에 노광장비로 자외선을 비춰 회로를 그린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인 3㎛(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의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이후 기판을 차곡차곡 여러 장 쌓고 이 기판들을 회로로 연결하기 위한 구멍을 뚫는 형태로 진행된다.

4개 공장을 운영하는 세종사업장은 2024년 5월 5공장을 준공한다. 완전 자동화 공정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5공장에서는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인 ARM 기반 CPU용 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가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 기판의 시장 규모는 올해 106억달러(약 14조1100억원)에서 2027년 152억달러(약 20조2400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세종 공장 투자 등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판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심규현 삼성전기 제조기술팀장(상무)은 “최근 고객사 반도체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됐다”며 “내년 상반기께 반도체 기판 시장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