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활동하며 피해자 560명으로부터 약 108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받은 실형 중 가장 긴 형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 총책 A씨에게 징역 35년 및 추징 20억원을 명령했다. A씨와 함께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부총책 B씨도 징역 27년 및 추징 3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전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선고받은 최장 징역은 20년이었다.

이들은 2017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560명에게서 108억여원을 가로챘다. 주로 소액 대출을 원하는 서민을 노려 “기존 대출 이자보다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직원’ ‘국내 인출책’ ‘국내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대포계좌로 돈을 받은 뒤 이를 중국 환전상을 통해 필리핀 화폐로 바꾸는 수법으로 범죄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거된 민준파 조직원은 42명으로 이 중 23명은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도 지명수배해 추적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