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2층에서 내다보는 풍경도 ‘작품’이다. 전통 정원인 미술관 부속 정원 ‘희원(熙園)’을 둘러보는 관람객은 그 풍경 속에 녹아드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장 미셸 오토니엘과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형 작품이 건네는 묘한 정취는 덤이다.
올해 호암미술관으로 늦가을 나들이를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쓱 둘러볼 만한 괜찮은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다. 먼저 1층에 들어서면 아이슬란드 빙하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로니 혼의 유리 작품 ‘열 개의 액체 사건’(2010·사진)이 관객들을 반긴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롭다. 만지면 안 된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올라퍼 엘리아슨의 ‘도마다루 일광 연작(북쪽)’(2006)이 함께 벽에 걸려 있다.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무제2020(정물) 연작’(2023)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참여형 미술 작품이다. 멸종 동물 20종의 이름과 모습을 알루미늄 판에 새겼다. 멸종 동물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관객들이 직접 탁본을 뜰 수 있도록 종이 등 관련 도구를 제공한다. 어린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는데, 활짝 웃으며 탁본을 뜨는 관객 대부분은 성인이다. 이렇게 만든 탁본에 색칠할 수 있도록 작품 옆에는 책상과 색연필이 구비된 공간도 마련돼 있다.
빙하와 활화산 등 흙, 물, 불, 바람으로 이뤄진 세계를 담은 김수자의 영상 작품 ‘대지-물-불-공기’(2009~2010), 문경원의 ‘프로미스 파크 서울’(2021) 등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리움미술관(서울)과 호암미술관(용인)을 순회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전시 기간에 매주 화~목요일, 하루 2회 왕복 운행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