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태국이 조만간 영사국장회의를 열어 태국인의 한국 내 체류 및 입국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최근 태국인에 대한 한국 입국 거부 사례가 급증하면서 태국 내 불만 여론이 ‘반한 감정’으로까지 번진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이 전날 태국 방콕에서 사란 차런수완 외교부 사무차관과 ‘제4차 한·태국 정책협의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태국 현지 언론 타이PBS에 따르면 사란 차관은 이 자리에서 태국인 입국 거부 조치에 대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장 차관은 유감을 표시하며 태국 관광객을 거부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태국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당하게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깐깐한 심사를 받았다’는 내용의 SNS 게시글이 퍼지며 반한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 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X(옛 트위터)의 트렌드 1위를 차지했다. 1일에는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까지 나서 이 문제를 자국 외교부 차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은 올해 국내 불법체류자 중 태국인 비율이 78%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2015년 약 5만2000명에서 올 9월 15만7000명으로 3배 불어났다. 중국인 불법체류자(6만4000명)보다 약 2.5배 많다. 법무부는 3일 태국인 입국 거부 논란을 두고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엄격한 심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태국 관광객은 18만 명으로, 국가별 외국인 관광객 중 6위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태국인 27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태국인 입국 거부 사례가 늘면서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태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일본은 한국보다 2.6배 더 유치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