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5000억 매출"…유럽 트랙터 시장 일구는 농슬라 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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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카이오티 유럽 총판 대회' 가보니
“라트비아에서 카이오티(KIOTI·농기계 업체 대동의 수출 브랜드)는 소형 트랙터 시장 일인자입니다.” (발테르스 수바 대동 라트비아 총판 딜러)
지난달 3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소도시 델프트의 한 호텔. 유럽 20국에서 모인 50여 명의 현지 총판(국가별 수입 판매사) 대표들이 전시된 농기계와 소형건설장비, 모빌리티 제품 등 9종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있었다. 손에 든 제품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고 기계에 직접 타 조작하다가 이것저것 묻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맑았다 흐려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진한 다홍색의 대동 농기계는 꿋꿋하게 위용을 과시했다.
이를 토대로 유럽법인 매출을 올해 730억원에서 2024년 1400억원, 2028년 5000억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대동 전체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이다. 북미 시장(55%)과 국내시장(25%)에 이은 3대 주력 시장이다.
대동은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후 독일 직판·유럽 24개국 총판 체계로 중소형 트랙터 시장 내 입지를 다져왔다. 유럽 도심 조경 및 도로 관리에 특화한 다양한 종류의 중소형 트랙터 제품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딜러 노르문트 칼키스는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카이오티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정평이 나 있다”고 현지 내 반응을 전했다.
관건은 대동이 유럽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올려 나갈 것인지다. 유럽 농기계 시장은 미국·유럽·인도·일본·중국 회사들이 혼재해 있는 ‘춘추전국시대’다. 업계 1위인 존디어가 15.7%, 2위인 뉴홀란드가 15.3%, 3위인 클라스가 10.3%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구보다는 4.1%의 점유율을 갖는다.
회사는 유럽 내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대형 트랙터’ 브랜드로서의 입지 굳히기가 관건이라고 본다. 유럽 내 트랙터 10대 중 7대는 중대형이어서다. 연 평균 약 18만 대 규모의 유럽 트랙터 시장에서 60마력 이상 제품은 약 13만5000대에 달한다.
사업 전략만 잘 세우면 점유율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유럽 전체 트랙터 시장으로 보면 대동의 점유율은 약 1.4%였지만,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포르투갈 등 주요 8개국 내 중소형 트랙터 시장 점유율은 평균 7.2%를 기록했다.
강승구 대동 유럽법인장은 “전체 유럽 법인 매출에서 중대형 트랙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0%대에서 5년 내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중대형 트랙터 사업에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본사를 비롯한 현지 직판·총판 대표들은 부품 조달 체계와 서비스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는 중대형 트랙터 브랜드로서의 품질 상승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총판 대표들은 입을 모아 현지 농사꾼들이 중대형 트랙터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두고 브랜드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중대형 트랙터는 식용 작물을 다루기에, 기계가 고장나 중도에 멈추면 작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힘쓰는 부분은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한 유럽 내 유통망 확충이다. 크누트 치머 대동 독일 총괄 영업매니저는 “오후 2시까지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 포장하고 배송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독일 곳곳에서 받아볼 수 있게 했다”고 강조하며 추후 관련 유통 체계·서비스를 더욱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이오티 브랜드만 취급한다는 프랑수아 폴스 대동 프랑스 총판 대표는 “농업용의 중대형 트랙터는 제때 부품을 공급해 기계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필수”라고 거들었다. 강 법인장은 “고마력대 농기계의 부품 적기 공급률을 현재 80% 수준에서 95%까지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대동이 지난 2020년부터 업계 최초로 도입한 엔진 등 부품의 ‘5년 무상 보증 서비스’를 카이오티 고유의 강점으로 손꼽기도 했다.
신제품도 다양화하고 있다. 대동은 내년 상반기 유럽 시장에 신형 RX트랙터(60~80마력)와 130~140마력대 HX트랙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농기계업체 가운데 유럽에 130~140마력대 모델을 선보이는 건 대동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동으로 잔디를 깎는 로봇모어 등 모빌리티 제품은 물론 자체 개발한 ‘텔레매틱스’를 적용한 기계들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박천일 대동모빌리티 LM사업본부장은 “텔레매틱스 기술로 모바일 앱 등과 연동하면 기계별 주행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며 “부품 교체시기를 알려주는 등 장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동은 유럽 내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 제고도 해나갈 계획이다. 박준식 대동 C-Biz부문 전무는 “유럽에서 카이오티 이미지를 ‘혁신’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다짐을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유럽법인을 모빌리티 및 정밀농업까지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델프트(네덜란드)=오유림 기자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지난달 3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소도시 델프트의 한 호텔. 유럽 20국에서 모인 50여 명의 현지 총판(국가별 수입 판매사) 대표들이 전시된 농기계와 소형건설장비, 모빌리티 제품 등 9종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있었다. 손에 든 제품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고 기계에 직접 타 조작하다가 이것저것 묻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맑았다 흐려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진한 다홍색의 대동 농기계는 꿋꿋하게 위용을 과시했다.
○ 유럽 내 ‘중소형 트랙터’ 브랜드로 성공적 자리매김
농업 플랫폼 기업 대동은 지난달 30일부터 양일간 델프트 소재의 한 호텔에서 ‘2023년 카이오티 유럽 총판 대회’를 열고 유럽 내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내 사업 방향을 중소형(20~60마력대) 트랙터 중심에서 중대형 트랙터(61마력 이상)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자동 잔디깎이 로봇, 소형건설장비 등의 신사업도 추진키로 했다.이를 토대로 유럽법인 매출을 올해 730억원에서 2024년 1400억원, 2028년 5000억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대동 전체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이다. 북미 시장(55%)과 국내시장(25%)에 이은 3대 주력 시장이다.
대동은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후 독일 직판·유럽 24개국 총판 체계로 중소형 트랙터 시장 내 입지를 다져왔다. 유럽 도심 조경 및 도로 관리에 특화한 다양한 종류의 중소형 트랙터 제품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딜러 노르문트 칼키스는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카이오티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정평이 나 있다”고 현지 내 반응을 전했다.
○ 시장 점유율 올리려면 유럽 내 ‘중대형 트랙터’ 입지 잡아야
올해 하반기 대동은 본사와 유럽법인 임직원으로 구성한 ‘유럽 사업 활성화 TF팀’을 운영했다. 국가별·권역별 세부적인 사업 성장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두 달여 간 유럽 20여개국에서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관건은 대동이 유럽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올려 나갈 것인지다. 유럽 농기계 시장은 미국·유럽·인도·일본·중국 회사들이 혼재해 있는 ‘춘추전국시대’다. 업계 1위인 존디어가 15.7%, 2위인 뉴홀란드가 15.3%, 3위인 클라스가 10.3%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구보다는 4.1%의 점유율을 갖는다.
회사는 유럽 내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대형 트랙터’ 브랜드로서의 입지 굳히기가 관건이라고 본다. 유럽 내 트랙터 10대 중 7대는 중대형이어서다. 연 평균 약 18만 대 규모의 유럽 트랙터 시장에서 60마력 이상 제품은 약 13만5000대에 달한다.
사업 전략만 잘 세우면 점유율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유럽 전체 트랙터 시장으로 보면 대동의 점유율은 약 1.4%였지만,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포르투갈 등 주요 8개국 내 중소형 트랙터 시장 점유율은 평균 7.2%를 기록했다.
강승구 대동 유럽법인장은 “전체 유럽 법인 매출에서 중대형 트랙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0%대에서 5년 내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중대형 트랙터 사업에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 ‘대동표 유럽진출 전략’은 수요 맞춘 제품↑·공급 과정 효율↑
본사를 비롯한 현지 직판·총판 대표들은 부품 조달 체계와 서비스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는 중대형 트랙터 브랜드로서의 품질 상승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총판 대표들은 입을 모아 현지 농사꾼들이 중대형 트랙터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두고 브랜드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중대형 트랙터는 식용 작물을 다루기에, 기계가 고장나 중도에 멈추면 작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힘쓰는 부분은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한 유럽 내 유통망 확충이다. 크누트 치머 대동 독일 총괄 영업매니저는 “오후 2시까지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 포장하고 배송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독일 곳곳에서 받아볼 수 있게 했다”고 강조하며 추후 관련 유통 체계·서비스를 더욱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이오티 브랜드만 취급한다는 프랑수아 폴스 대동 프랑스 총판 대표는 “농업용의 중대형 트랙터는 제때 부품을 공급해 기계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필수”라고 거들었다. 강 법인장은 “고마력대 농기계의 부품 적기 공급률을 현재 80% 수준에서 95%까지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대동이 지난 2020년부터 업계 최초로 도입한 엔진 등 부품의 ‘5년 무상 보증 서비스’를 카이오티 고유의 강점으로 손꼽기도 했다.
신제품도 다양화하고 있다. 대동은 내년 상반기 유럽 시장에 신형 RX트랙터(60~80마력)와 130~140마력대 HX트랙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농기계업체 가운데 유럽에 130~140마력대 모델을 선보이는 건 대동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동으로 잔디를 깎는 로봇모어 등 모빌리티 제품은 물론 자체 개발한 ‘텔레매틱스’를 적용한 기계들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박천일 대동모빌리티 LM사업본부장은 “텔레매틱스 기술로 모바일 앱 등과 연동하면 기계별 주행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며 “부품 교체시기를 알려주는 등 장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동은 유럽 내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 제고도 해나갈 계획이다. 박준식 대동 C-Biz부문 전무는 “유럽에서 카이오티 이미지를 ‘혁신’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다짐을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유럽법인을 모빌리티 및 정밀농업까지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델프트(네덜란드)=오유림 기자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