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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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를 전담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 대책 평가 업무를 외부 연구기관에 위탁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논란이 많았던 저출산 대책을 전문기관에 맡겨 집중 점검한다는 취지지만 저고위 핵심 기능을 외주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발간한 부처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예산안에 민간위탁사업비 10억원을 신규 반영해 '인구정책평가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저고위에 예산을 전달하면 저고위는 외부 연구기관에 인구정책평가센터를 설치해 저출산을 비롯한 인구정책 평가 업무를 맡긴다는 것이다.

저고위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의 1차 회의 당시 "위원회 내 인구정책평가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보고했다. 인구정책평가센터에서 저출산 대책의 효과를 분석하면 이를 바탕으로 저고위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예컨대 저출산 대책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던 그린스마트스쿨 조성 사업이 낮은 점수를 받으면 관련 예산을 조정하도록 예산당국에 권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센터를 저고위 내부가 아닌 외부에 설립하는 것으로 추진되면서 일각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23조에 따르면 저고위는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의 조정 및 평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저출산 대책 평가 자체가 저고위의 본질적 업무라는 것이다. 국회 심사를 받고 있는 내년 예산안에는 저고위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정책연구와 수시과제 발굴 등의 명목으로 이미 4억5000만원이 담겼다.

예결위는 "복지부가 인구정책평가센터의 위탁업무로 제시한 심층평가, 장기전망 및 대응 전략 수립 등은 저고위가 수행해야 할 핵심 사무로 해석된다"며 "위탁의 적절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고, 민간위탁으로 인해 저고위의 평가·심의 기능이 형식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저고위 관계자는 "저고위는 연구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인구정책을 평가를 하려면 그때그때 연구용역을 맡겨야 했다"며 "그러다보니 평가 기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앞으로는 전문적인 기관에서 평가를 하게 하고 해당 평가안을 바탕으로 저고위에서 판단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정책평가센터와 기존 연구조직의 업무가 중첩된다는 지적도 있다. 예결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연구원 안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와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중장기 대응방안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을 평가한다.

예결위는 "사실상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 인구정책평가센터의 신설 및 민간위탁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추진 시에도 유사·중복 업무 내용을 감안해 적정 규모의 예산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고위 관계자는 "보사연 센터는 인구정책 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게 아니라 자체적인 조직"이라며 "인구정책평가센터에 위탁을 하면 (보사연에 대한) 연구용역이 중복되지 않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