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 상승세 이끈 마법의 단어…앞으론 서학개미 눈물 될까 [Fed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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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긴축적인 금융 여건' 언급한 Fed
3월 SVB 파산으로 대출 조건 악화됐는데
9~10월 국채금리 급등에 조달비용 늘어
'긴축 끝' 이틀 간 미 증시 한숨 돌렸지만
"5년 간 미국채 10년물 금리 5.5%" 전망도
3월 SVB 파산으로 대출 조건 악화됐는데
9~10월 국채금리 급등에 조달비용 늘어
'긴축 끝' 이틀 간 미 증시 한숨 돌렸지만
"5년 간 미국채 10년물 금리 5.5%" 전망도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은 직전 회의인 9월과 대체로 비슷했다.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한 단어 차이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금융(Financial)이라는 단어다. 지난 9월 성명서의 '더 긴축적인 신용(Credit) 여건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 고용, 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문장이 '더 긴축적인 금융(Financial) 및 신용 여건-'으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가 향후 미국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온다.
'더 긴축적인 신용 여건'이라는 표현은 지난 3월 22일 FOMC에서 처음 등장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지 12일만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면서도 긴축적인 신용 여건을 언급했다.
당시 월가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였다. 'SVB에 이어 어떤 은행이 또다시 파산할 것인가', 그리고 '가계와 기업이 예전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인가'였다. 실제 미 금융당국은 SVB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들 역시 자체적으로 가계·기업 대출을 크게 줄였다. 그 후 8개월만에 새로 성명에 들어간 '금융 여건'은 어떤 뜻일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금융(Finance)을 '주로 정부나 기업의 대규모 자금관리'로 정의하고 있다. 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은 정부나 기업의 대규모 자금 관리 여건이 악화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자금관리 여건을 악화한 요인으로는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이 꼽힌다. 지난 9월20일 연 4.36% 수준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4.90%를 넘겼다. 한때 16년만에 최고치인 연 5%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 국채 금리는 자본시장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하는 기업도 비용이 늘고 국채를 발행해야하는 정부도 부담이 커진다.
지난 3월 SVB사태로 인한 신용 여건 악화가 가계와 기업에게 대출 '자격'의 문제라면 국채 금리 급등은 대출 '비용'의 문제에 더 가깝다. 신용 여건이 악화하면 가계·기업이 현재 대출이 만기될 때 향후 추가 대출이나 재융자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는 데 비해 국채 금리 상승은 곧바로 대출 원금과 이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신용 여건 악화로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경우 대출 금리 이자 상승이 동반되지만 여기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금융 여건 악화가 불러온 경제적 부담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여름 이후 넓은 범위의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데 기여한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높은 국채 금리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비용은 긴축이 지속되는 한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금리 동결과 함께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틀 간 미국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시장이 11월 FOMC의 메시지를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로 받아들이면서다. 지난달 24일부터 줄곧 하락하던 S&P500 지수는 이틀 간 각각 3.16%, 3.68% 올랐다.
다만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의도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AG 유럽 및 미국 신용 전략 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긴축된 금융 여건의 지속을 중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FOMC 회의 후 비둘기파적(통화 완화적)인 시장 반응이 매파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월가 거물들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앞으로 높은 국채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은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향후 5년간 거시적 환경에 일치하는 미국 10년물 미국채 금리 수준을 연 5.5%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시장 강세,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긴축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향후 기준금리가 최대 0.75%포인트 이상 추가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하지만 한 단어 차이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금융(Financial)이라는 단어다. 지난 9월 성명서의 '더 긴축적인 신용(Credit) 여건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 고용, 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문장이 '더 긴축적인 금융(Financial) 및 신용 여건-'으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가 향후 미국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온다.
'더 긴축적인 신용 여건'이라는 표현은 지난 3월 22일 FOMC에서 처음 등장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지 12일만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강하고 탄력적"이라면서도 긴축적인 신용 여건을 언급했다.
당시 월가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였다. 'SVB에 이어 어떤 은행이 또다시 파산할 것인가', 그리고 '가계와 기업이 예전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인가'였다. 실제 미 금융당국은 SVB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들 역시 자체적으로 가계·기업 대출을 크게 줄였다. 그 후 8개월만에 새로 성명에 들어간 '금융 여건'은 어떤 뜻일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금융(Finance)을 '주로 정부나 기업의 대규모 자금관리'로 정의하고 있다. 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은 정부나 기업의 대규모 자금 관리 여건이 악화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자금관리 여건을 악화한 요인으로는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이 꼽힌다. 지난 9월20일 연 4.36% 수준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연 4.90%를 넘겼다. 한때 16년만에 최고치인 연 5%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 국채 금리는 자본시장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하는 기업도 비용이 늘고 국채를 발행해야하는 정부도 부담이 커진다.
지난 3월 SVB사태로 인한 신용 여건 악화가 가계와 기업에게 대출 '자격'의 문제라면 국채 금리 급등은 대출 '비용'의 문제에 더 가깝다. 신용 여건이 악화하면 가계·기업이 현재 대출이 만기될 때 향후 추가 대출이나 재융자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는 데 비해 국채 금리 상승은 곧바로 대출 원금과 이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신용 여건 악화로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경우 대출 금리 이자 상승이 동반되지만 여기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금융 여건 악화가 불러온 경제적 부담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여름 이후 넓은 범위의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데 기여한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높은 국채 금리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 상승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비용은 긴축이 지속되는 한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금리 동결과 함께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틀 간 미국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시장이 11월 FOMC의 메시지를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로 받아들이면서다. 지난달 24일부터 줄곧 하락하던 S&P500 지수는 이틀 간 각각 3.16%, 3.68% 올랐다.
다만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의도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AG 유럽 및 미국 신용 전략 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긴축된 금융 여건의 지속을 중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FOMC 회의 후 비둘기파적(통화 완화적)인 시장 반응이 매파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월가 거물들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앞으로 높은 국채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은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향후 5년간 거시적 환경에 일치하는 미국 10년물 미국채 금리 수준을 연 5.5%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시장 강세,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긴축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향후 기준금리가 최대 0.75%포인트 이상 추가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