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윈저 왕가의 의전 VS 미국 대통령의 제스처
500년간 국가의 통치 이념, 사회 질서의 축, 예
의전의 5가지 원칙

영국 윈저 왕가의 의전 VS 미국 대통령의 제스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의 대관식 이후 첫 공식 만남이 있었던 영국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왕실 의전에 어긋나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찰스 3세는 건물 밖으로 나가 차에서 내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고, 악수를 나눈 이들은 근위병 악대가 연주하는 양국 국가를 감상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의 등에 가볍게 오른손을 얹었다. 친밀함의 표시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일부 언론 에서는 결례라고 보도했다. 왕족이 먼저 나서지 않는 경우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영국 윈저 왕가의 의전 때문이다.

의전이란 어떤 의미인가?

의전은 예()를 갖추어 베푸는 각종 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롭게 하는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를 생활규범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할 때 적용하면 예절(etiquette)이라 한다. 그리고 일정하게 틀을 갖춘 조직단위, 국가, 또는 국제간의 공식적 관계에 적용할 때는 의전(protocol)이라 부른다. 오늘날의 의전은 행사에서만 갖추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례, 국기게양과 같이 국가 상징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도 광의의 의전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통치 이념, 사회 질서의 축,

의전은 사실상 서양보다 동양에서 먼저 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11세기경 주나라 때 이미 백성을 다스리는 군자, 제후를 다스리는 천자의 지도 원리로서 '예'를 내세웠고, 우리나라는 조선 통치 500년간 국가의 통치 이념이자 사회 질서의 축으로서 예가 강조되었다. 특히 조선 세조 때 편찬된 '경국대전' 6전 중 예전에는 의장(복식), 의주(국가의 전례 절차), 조정의 의식, 국빈을 대접하는 연회, 중국 및 기타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방식, 제례, 상장 등의 의전 사항이 규정돼 있었다.

서양 의전, 프로토콜

서양의 의전(protocol)은 그리스어의 'protokollen'에서 유래됐다. 이는 'proto(맨 처음)''kollen(붙이다)'이 합성된 단어로, 당초 공증문서에 효력을 부여키 위해 문서 맨 앞 장에 붙이는 용지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이후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의 공식 문서, 외교문서의 양식을 뜻하게 됐다.

서양의 의전 확립 시기, 19세기 초

서양의 의전은 19세기 초 확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 이후 개최된 1815년 '비엔나 회의(Vienna Congress)'에서는 국제의전에 관한 원칙이 정해졌고, 이는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정'으로 이어져 오늘날과 같은 의전 관행이 전 세계에서 확립됐다.

국기를 게양하는 의전 원칙

프로토콜 원칙에 따르면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할 때에는 주최국 국기를 가장 중앙에 놓고, 나머지 국기는 영문 알파벳순으로 게양한다. 또 대사들 간의 서열은 주재국에 신임장을 먼저 증정한 순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의전의 5가지 원칙

의전의 5가지 원칙(5R)이 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Respect). 개인, 조직, 국가 등 인류의 활동 주체들은 생활양식이나 문화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에 의전의 바탕은 상대의 생활양식 등 문화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있다. 두 번째는 문화의 반영(Reflecting culture)이다. 의전 격식 및 관행은 특정 시대나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므로, 세상이 변화하면 문화도 변화하고 의전 관행도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의전의 기준이나 절차는 때와 장소, 처한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의전의 상호주의

세 번째, 상호주의(Reciprocity). 상호주의는 내가 배려한 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배려를 기대하는 것이다. 의전 상 결례가 불가피했던 경우 사전이나 사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상대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의전의 상호주의가 항상 등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엄격히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의전으로 외교의 방향이 바뀔 수도

서열을 무시하는 것은 해당 인사뿐 아니라 그 인사가 대표하는 국가나 조직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 외국 대사들은 사적인 파티에서도 지위에 맞지 않는 좌석 배치 등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고 때로는 퇴장을 불사한다. 그렇기에 정상회담 등에서의 의전은 매우 중요하며 다양한 정상회의 및 행사 등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롭게 하는 기준과 절차'인 의전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국가 뿐 아니라 CEO 및 임원, 리더들 대상으로 글로벌비즈니스 매너를 강의하며 항상 느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롭게 하는 기준과 절차'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실천하는 리더들에게는 '성공'이 붙더라는 사실이다.
[박영실 칼럼] 찰스 3세 등에 손을 얹은 바이든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박영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