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사업 발굴을 위해 굴리던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규모를 17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르면 내년 신약개발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 앞서, 바이오 선행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 3사는 1호 라이프사이언스 펀드에 이어 2호 펀드를 지난달 말 결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호와 2호에 각각 495억원과 178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98억원과 36억원을 출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호 투자액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으며, 이달 중 최초 출자금 납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1호 펀드와 2호 펀드는 모두 제약·바이오 분야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결성됐다. 다만 2021년 1호 펀드를 처음 출자할 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별도로 자금을 운용했다면, 2호부터는 하나의 펀드에 자금을 같이 태웠다는 게 차이점이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양사간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만큼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이프사이언스 펀드의 가장 큰 손이자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1호 990억원에 이어 2호에서도 499억원을 출자했다.

1호와 달리 비교했을 때 2호의 투자 목적이 좀 더 확대됐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에 따르면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1호는 출자목적을 ‘국내외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지분투자를 통한 기술·사업적 협력’이라고 밝혔다. 투자분야가 스타트업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반면 2호는 ‘바이오·제약 분야 선행 기술 발굴 및 사업 협력 모색’이라고 출자목적을 공시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에만 국한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분야도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보다 넓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관심 분야(AOI)’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지금까지는 항체의약품 위탁생산(CMO)에 집중하면서 공정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달리티 위주로 R&D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연구소 내 항체기술랩에서는 ADC와 이중항체를, GT기술랩에서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 등을 연구 중이다.

라이프사이언스 펀드가 비교적 작은 금액으로 곳곳에 ‘씨앗’을 뿌리는 개념이라면, 삼성은 이와 별도로 그룹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대형 M&A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내 분식회계 재판 이슈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6일 15시 2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