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휘감는 '벨벳 사운드'... 빈 필하모닉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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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별명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 이야기꺼리가 있어야 사람들은 별명을 붙여준다.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빈 필하모닉은 수천개에 달하는 전세계 오케스트라 중에서 알아주는 '별명 부자'다. 180년 동안 수많은 스토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 별명이 ‘황금빛 사운드’, ‘벨벳 같은 우아함의 극치’인 걸 보면 이 오케스트라가 그동안 어떤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냈는 지 알 수 있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이 7일과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클래식 팬들을 찾는다. '기적의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사진·46)와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1)이 함께 한다.
소키에프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과 프랑스 카피툴 국립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맡았지만, 지난해 모두 사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조국(러시아)과 현재 음악활동을 하는 곳(프랑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았고, 결국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그는 특정 악단에 소속되지 않은 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필하모닉 등 최정상급 악단과 호흡하고 있다.
빈 필하모닉은 1842년 빈 궁정오페라극장(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악장이던 오토 니콜라이가 순수 음악회 연주를 위해 창설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출발했다.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 베르디 등 당대 최고 거장들이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섰고 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 역사적인 지휘 거목들이 상임 지휘자로 악단을 이끌었다.
1954년 이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 지휘자들이 악단을 이끄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스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거장들이 빈 필하모닉의 선택을 받았다.
소키에프는 빈필 사운드에 대해 "오랜시간 그들이 쌓아온 독특한 사운드가 빈필을 특별하게 만든다"며 "다채로운 음색과 세련되고 우아한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하는 것)이 빈 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악단은 빈 오보에, 욀러 클라리넷, 빈 호른, 로터리 트럼펫, 로터리 튜바, 슈넬라 팀파니 등 19세기 빈에서 만들어졌거나 오래된 악기를 사용한다. 고유의 음색과 음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생상스 협주곡에서는 랑랑과 단원들이 빚어내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기교와 프랑스 음악의 낭만을 엿볼 수 있다. 소키에프의 핵심 레퍼토리인 프로코피에프에서는 20세기 러시아 음악의 다채로움을 체감할 수 있다. 소키에프는 이 곡을 두고 "극도의 기교와 깊이, 체력을 요구하는 방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튿날의 브람스와 베토벤 교향곡에서는 빈필의 전통적인 장기를 십분 발휘할 예정이다.
빈필의 대표 간판들도 함께한다. 악장인 라이너 호넥은 1992년부터 빈필 악장으로 일해온 '터줏대감'이다. 그는 빈 필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로 구성된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무대에서 솔리스트로도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호넥은 지휘자 만프레드 호넥의 동생이기도 하다.
수석 바수니스트인 소피 데르보는 빈필에 오기 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바순 수석을 맡았다. 그는 바순 뿐 아니라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7월 국내에서 지휘 데뷔 무대를 가졌다.
소키에프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빈필 단원들은 개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음악가일 뿐 아니라 악단에 대한 헌신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색채, 프레이징, 감정 등 어떤 표현도 가능해요. 이들과 함께라면 작곡가의 의도를 객석에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빈 필하모닉은 수천개에 달하는 전세계 오케스트라 중에서 알아주는 '별명 부자'다. 180년 동안 수많은 스토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 별명이 ‘황금빛 사운드’, ‘벨벳 같은 우아함의 극치’인 걸 보면 이 오케스트라가 그동안 어떤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냈는 지 알 수 있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이 7일과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클래식 팬들을 찾는다. '기적의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사진·46)와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1)이 함께 한다.
○러 명장 소키에프, 14년 만에 빈필과 내한
옛 소련의 전설적인 지휘자 일리야 무신(1903~1999)의 마지막 제자로, 평단에서 '기적의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은 소키에프가 빈 필과 함께 한국을 찾은 건 2009년 이후 14년만이다. 그 사이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와 몇 차례 내한했지만, 빈 필과 한국에서 합을 맞춘 적은 없었다.소키에프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과 프랑스 카피툴 국립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맡았지만, 지난해 모두 사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조국(러시아)과 현재 음악활동을 하는 곳(프랑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았고, 결국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그는 특정 악단에 소속되지 않은 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필하모닉 등 최정상급 악단과 호흡하고 있다.
빈 필하모닉은 1842년 빈 궁정오페라극장(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악장이던 오토 니콜라이가 순수 음악회 연주를 위해 창설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출발했다. 바그너, 브람스, 리스트, 베르디 등 당대 최고 거장들이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섰고 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등 역사적인 지휘 거목들이 상임 지휘자로 악단을 이끌었다.
1954년 이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 지휘자들이 악단을 이끄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스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거장들이 빈 필하모닉의 선택을 받았다.
소키에프는 빈필 사운드에 대해 "오랜시간 그들이 쌓아온 독특한 사운드가 빈필을 특별하게 만든다"며 "다채로운 음색과 세련되고 우아한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하는 것)이 빈 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악단은 빈 오보에, 욀러 클라리넷, 빈 호른, 로터리 트럼펫, 로터리 튜바, 슈넬라 팀파니 등 19세기 빈에서 만들어졌거나 오래된 악기를 사용한다. 고유의 음색과 음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최고의 수석들도 함께 내한
이들은 첫날(7일) 공연에서 각각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과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제 5번을 들려준다. 두 작품은 프랑스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이튿날(8일)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대표 작곡가들의 음악이 예정돼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제4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1번으로 클래식의 정수를 선보인다.생상스 협주곡에서는 랑랑과 단원들이 빚어내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기교와 프랑스 음악의 낭만을 엿볼 수 있다. 소키에프의 핵심 레퍼토리인 프로코피에프에서는 20세기 러시아 음악의 다채로움을 체감할 수 있다. 소키에프는 이 곡을 두고 "극도의 기교와 깊이, 체력을 요구하는 방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튿날의 브람스와 베토벤 교향곡에서는 빈필의 전통적인 장기를 십분 발휘할 예정이다.
빈필의 대표 간판들도 함께한다. 악장인 라이너 호넥은 1992년부터 빈필 악장으로 일해온 '터줏대감'이다. 그는 빈 필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로 구성된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무대에서 솔리스트로도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호넥은 지휘자 만프레드 호넥의 동생이기도 하다.
수석 바수니스트인 소피 데르보는 빈필에 오기 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바순 수석을 맡았다. 그는 바순 뿐 아니라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7월 국내에서 지휘 데뷔 무대를 가졌다.
소키에프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빈필 단원들은 개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음악가일 뿐 아니라 악단에 대한 헌신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색채, 프레이징, 감정 등 어떤 표현도 가능해요. 이들과 함께라면 작곡가의 의도를 객석에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