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IPO 밑 작업 나선 '여기어때'…유상소각으로 투자금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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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발행 주식 수의 약 54% 유상소각 결정

대주주 지분율 80%대…IPO에 이어 투자금 회수까지
내년 하반기 중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제출 관측도
사진=여기어때
사진=여기어때
여행·숙박 플랫폼 업체 여기어때컴퍼니(여기어때)의 최대주주인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털이 강제 유상소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와 함께 기업공개(IPO) 밑 작업에 나섰다.

7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지난 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93만5129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6만4571주를 강제 유상소각하는 안건을 특결 결의했다. 액면가는 100원이며, 소각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약 54% 수준이다.

유상소각은 통상 기존 주주가치를 높이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꼽힌다. 회사가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주식을 회수해 소각하는 절차를 거친다. 아울러 유상소각은 주요 주주들이 지분 가치를 높이면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작년 말 기준 여기어때 최대주주는 CVC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지분율은 80.49%에 달한다. 우선주도 CVC가 전량 보유 중이다. CVC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여기어때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1조원을 넘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는 원매자 입장에서 부담이 됐다.

지난해 4월 미래에셋캐피탈과 KDB캐피탈, GS리테일 등은 500억원을 여기어때에 투자했다. 이때 책정된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 정도로,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원매자를 찾지 못한 CVC가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로 방향을 틀었단 분석이 나온다. 여기어때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각으로 일부 자금을 회수한 뒤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강제 유상소각을 두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는 게 여기어때 측 설명이지만, VC 업계에서는 IPO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기존 주주들의 실질 지분율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 중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VC도 이번 강제 유상소각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CVC의 여기어때 지분율이 80%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강제 유상소각(54%) 비중은 CVC의 지분도 상당 부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여기어때의 IPO 밑 작업과 대주주의 투자금 일부 회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강제 유상소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번 강제 유상소각 주당 매각가는 대외비로, 주주 가치 환원 목표로 진행된 것"이라며 "대주주 측이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단 보유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는데, 상장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