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최고경영자(CEO) 100명 양성’을 목표로 진행했던 계열사 자율 경영 기조를 내려놓는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직접 나서 경영쇄신위원회를 꾸리고 책임 경영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범수 창업자, 직접 카카오 ‘수술대’로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최혁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최혁 기자
카카오는 6일 오전 7시께 경기 성남시에 있는 사옥인 카카오 아지트에서 계열사 경영진 등 주요 임원 20여 명이 참석하는 경영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비상 경영 회의에서 월요일마다 이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표한 데 따른 조치다. 2시간30분가량 이어진 이 회의에서 경영진은 김 창업자를 위원장으로 한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김 창업자는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다양한 분야의 이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번 회의로 카카오의 자랑거리였던 자율 경영 문화는 공식 폐기됐다. 그간 카카오는 계열사 CEO의 독립적인 권한을 존중해왔다. 각 계열사의 능동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계열사 간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계열사를 ‘공동체’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회사 몸집이 불어난 만큼 자율성을 살리는 문화보다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책임 경영이 필요해졌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라며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영 전면 나선 김범수 "초심 돌아갈 것"
카카오가 꾸리기로 한 경영쇄신위원회는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위원장인 김 창업자뿐 아니라 계열사 CEO들이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한다. CA협의체를 통해 계열사를 느슨하게 관리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간 다른 경영진의 목소리를 듣는 데 비중을 뒀던 김 창업자는 이번 회의를 직접 나서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온 뒤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역할에 힘써왔다.

카카오톡을 선보인 2010년부터 13년간 그의 상징이 됐던 수염도 이날 말끔히 깎은 모습이었다. 카카오에 잇따른 사회적 논란을 이번 계기로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준법위원회에 내부 관계자도 참여

카카오는 준법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에 카카오 주요 관계자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 위원회에 관계사의 준법 감시 권한뿐 아니라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집행기구 역할도 부여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지난 3일 김소영 전 대법관을 이 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과도한 계열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경영진 법률 위반 등의 문제가 이 위원회의 핵심 사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쇄신안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 수수료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기 위해 주요 택시 단체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맹 계약으로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챙긴 뒤 업무 제휴 계약으로 16~17%를 돌려주는 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역시 부당 가맹 계약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가 “외부 앱으로 택시가 고객을 받은 경우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를 떼는 건 부당하다”며 제소해서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여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도 살피고 있다.

성남=이주현 기자/이승우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