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성·허난성 등 8건…"지방 간부 실적관념에 문제"
中, '지방 빚더미 우려' 속 '숨겨진 부채' 대표사례 공개 비판
공식 통계에 안 잡히는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隱性債務)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웃돌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 가운데, 중국 당국이 관련 부채의 대표 사례들을 공개 비판하며 지방정부들의 자성을 촉구해 눈길을 끈다.

중국 재정부는 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문책한 전형적인 사례에 관한 통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재정부는 신규 숨겨진 부채와 부채 해결 부실 등 위법·위규 행위를 조사·처분해왔다"며 지난해 이래로 처리된 사례 8건을 발표했다.

이번 통보에는 후베이성 일부 지역과 광시 좡족자치구 류저우시, 산시(陝西)성 시안시, 허난성 쉬창시, 쓰촨성 청두시, 장시성 징더전시, 중국농업발전은행과 중국농업은행의 지방 지점 등 사례가 포함됐다.

일례로 후베이성에선 2008년부터 쑤이저우시, 셴닝시, 어저우시, 징저우시, 이창시, 황취시, 언스시, 징먼시 등이 성 내 국유기업 3곳과 계약을 맺고, 기업들이 토지 개발을 하면 지방정부가 토지 소득을 이용해 기업에 비용과 이익을 돌려주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이 때문에 2018년 8월부터 2021년 6월 사이에 숨겨진 부채 214억8천만위안(약 3조8천억원)이 생겼다며 관련 지방정부 재정 책임자들이 모두 문책받았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8건의 전형적 사례는 일부 지방정부와 단위 지도 간부의 정치적 실적관(政積觀)에 편차가 있고, 기율 관념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당 중앙과 국무원의 결정을 관철하면서 명령 불이행과 금지사항 시행, 에누리, 요령대로 처리하기 등이 나타나 숨겨진 부채 예방·해결 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가 "숨겨진 부채 증가를 단호히 억제하고, 재정 기율을 엄격히 하면서 경고와 교육 역할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막대한 방역 비용 지출과 수년에 걸친 과도한 인프라 투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상태다.

올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지방정부들 가운데 부채를 갚지 못해 '부채 상환용 채권'을 발행하는 곳도 늘었다.

중국 안팎에선 지방정부가 건설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만든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방정부가 LGFV로 끌어다 쓴 돈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부채가 올해 중국 GDP의 53%에 이를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LGFV 부채를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GDP 대비 3%로 설정했던 국가 재정 적자 규모를 3.8%로 바꿔 편성하고 4분기부터 1조위안(약 184조원) 상당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 전액 지방정부에 이관한다는 중앙정부의 계획을 승인했다.

통상 3월에 국가재정 규모를 한번 정하고 나면 수정·편성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중국이 국채 추가 발행이라는 카드까지 쓰면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은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연이은 위기 속에 지방정부 채무 문제까지 불거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