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일대 세트장 허물어
"벽돌 굴다리 남아있었다면
좋은 볼거리 였는데 아쉽다"

최근 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이두나!’의 배경이자 촬영지인 광주광역시가 촬영 세트 등을 보전하는 데 무관심해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은 연간 도시 이용인구 3000만 명에 이르는 ‘꿀잼도시’를 만들겠다던 광주시가 어렵게 생긴 관광명소 조성 기회를 아깝게 차버렸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해 촬영 당시 게스트하우스 주변엔 철문과 벽돌 굴다리, 벽돌 옥상 등 드라마를 위한 세트가 제작됐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굴다리 등 지어진 세트가 모두 철거되면서 지금은 원래 있던 게스트하우스만 그대로 남아 있다.

드라마 ‘이두나!’는 넷플릭스 TV 시청률 국내 1위·세계 비영어권 3위(지난 10월 23~29일 기준)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양림동 일대 거리와 광주천, 조선대 등 광주 도심 곳곳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냈다.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에서 광주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데다 광주 출신 배우 수지가 열연을 펼쳐 지역 주민 사이에서 ‘광주 홍보 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지역민은 광주시가 드라마 지원 및 현장 보존 등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드라마 관광 명소를 조성할 기회를 놓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가 드라마 촬영지를 유치해 관광사업으로 확장하는 것과 상반된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인은 “굴다리가 남아 있었다면 드라마를 추억하는 건 물론 드라마 내용처럼 사랑이 이뤄지는 장소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시와 볼거리가 많은 호랑가시나무 언덕이 국내외 명소로 더욱 알려질 기회였는데 광주시가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 양림동은 1900년대 초 서구 선교사들이 광주에서 처음 근대식 학교와 병원 등을 설립한 역사문화마을로, 국내외 관광객의 인기 답사지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등 근대 건축물과 이이남 스튜디오 등 미술관이 모여 광주의 ‘삼청동’으로도 불린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