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름테라퓨틱, 빅파마 BMS에 기술수출 가능했던 배경은
미국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이 오름테라퓨틱에 거액의 계약금을 약속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MS는 6일 오름테라퓨틱의 'ORM-6151'을 기술이전해가면서 계약금 1억 달러(약 1297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총 계약 규모가 1억8000만 달러(2334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기술이전 계약금만 따지면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오름테라퓨틱의 핵심 플랫폼은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이다. 즉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 Protein Degradation, TPD)의 일종인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또는 프로탁(PROTAC)에 항체를 붙이는 플랫폼이다.

BMS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분자접착제 플랫폼에 투자를 많이 한 곳으로 꼽힌다. 2019년 1월 BMS는 미국 셀진을 740억 달러(83조472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분자접착제 제품(레날리도마이드·포말리도마이드) 및 파이프라인을 대거 확보했다.

BMS가 임상을 진행 중인 분자접착제 파이프라인은 총 4개다. 다발골수종(RRMM)이 적응증인 CC-92480은 임상 2상 중이다. IKZF1/3을 타깃으로 한다. CC-220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 중이며, IKZF1/3이 타깃이다. CC-99282는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임상 1·2상을 하고 있으며, IKZF1/3가 타깃이다. CC-90009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적응증으로 임상 2상 중이며, GSPT1을 타깃으로 한다.

BMS가 오름테라퓨틱의 ORM-6151 글로벌 권리를 산 것은 CC-90009와의 비교 데이터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CC-90009은 GSPT1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반면 ORM-6151은 GSPT1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동시에 CD33 항체까지 결합시켜 선택성을 월등히 높였다.

CD33은 AML 환자의 90%가 갖고 있다. 현재 CD33을 타깃으로 하는 AML 치료제는 화이자의 마일로타그가 유일하다. ORM-6151은 AML을 적응증으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CD33 항체와 GSPT1 분해제’를 결합한 파이프라인이다.

ORM-6151은 GSPT1 분해제에 CD33 항체를 붙임으로써 기존 분자접착제 대비 선택성과 세포 투과성(permeability)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약물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오름테라퓨틱은 ORM-6151의 뛰어난 효능을 비임상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다.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학회에서 ORM-6151과 CC-90009, 마일로타그를 비교한 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ORM-6151은 다양한 돌연변이와 치료이력을 가진 6개의 환자 유래 세포주에서 마일로타그와 CC-90009에 비해 10~1000배 강력한 효능을 보였다.

마우스 동물실험에서는 ORM-6151을 체중 1kg당 1mg을 투여했더니 CC-90009보다 뛰어난 종양 성장 억제 효능을 보였다. ORM-6151은 마일로타그 내성 세포주에서도 강력한 활성을 나타냈다. 특히 건강한 조혈모간세포에서 CC-90009 또는 마일로타그에 비해 세포 독성이 적었다. 오름테라퓨틱은 이런 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로부터 ORM-6151의 임상 1상 계획서(IND) 승인을 받았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6일 21시 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