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11월 원화가 유독 강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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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11월 원화가 유독 강세인 이유
[마켓칼럼] 11월 원화가 유독 강세인 이유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11월 6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하회, 종가는 1,297.3원에 마감했다. 1주일 전인 11월 1일 종가가 1,357.3원임을 감안하면 불과 3거래일 만에 60원, 4.4%가 급락했다. 지난 11월 2일 미국 연준의 FOMC 회의가 종료되었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동결되었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완화적’으로 해석되었다. 또한, 11월 3일 저녁에 발표된 미국 10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비농업 신규 취업자수는 전월 29만명대에서 10월 15만명대로 낮아졌고, 실업률은 3.8%에 3.9%로 높아졌다. FOMC 회의 종료와 ‘완화적’ 연준 기조, 그리고 미국 고용지표 부진 등이 미국 국채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졌고, 뉴욕증시의 반등과 달러화에 약세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지난 3거래일 동안 달러화 지수 (DXY)는 1.7% 하락에 불과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6% 상승했고, 엔/달러 환율은 0.9% 하락에 그쳤다. 원화의 강세가 심화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물론 유로/원 환율과 엔/원 환율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일본 엔/원 환율은 8.7원도 하회하여 지난 2008년 2월 이후 최저이다.

원화가 유독 더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세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지난 2022년 11월의 경험이다. 2022년 11월에도 원/달러 환율은 월초 1,423원에서 월 중순인 15일에는 1,317원까지 무려 100원이 급락했다. 당시에는 미국 10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상승 폭을 하회, 연준의 금리인상 폭 축소에 대한 기대에 기인한다. 11일 하루에는 무려 59.1원이 급락한 바 있어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락 폭과 유사하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급등했기 때문에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빠르게 하락 되돌림을 보이는 양상과 유사하다.

둘째는 국내 수출과 무역수지 등 펀더멘털이 개선된 점이 대외 불안 요인이 완화되면서 원화를 더욱 강세로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 11월 초 발표된 10월 무역수지는 1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무역수지는 3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월말에 수출이 늘고, 수입 증가폭이 크지 않아 전체 무역수지는 흑자이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흑자이다. 지난 2022년의 경우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에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된 바 있다. 최근 역내 외환시장에서도 1,350원 이상에서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계속 출회되고 있었다. 결국 미국 긴축 우려와 장기금리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완화되자 국내 무역흑자 등 펀더멘털 요인이 부각되면서 다른 통화들보다 원화가 더 강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11월 들어 국내 증시의 강한 반등도 원화를 더욱 강세로 이끌었다. 6일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7천억원에 달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증시는 조정을 보였고, 외국인의 주식, 채권 선물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를 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내외 불안요인 완화와 증시의 기술적 반등, 시장의 위험선호 심리 등이 동반되며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입이 원화를 더욱 강세로 이끌었다.

만약 지난 2022년과 연말까지 시장이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이하에서 안착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 등 경제지표가 이전 3분기에 비해 둔화되고,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낮아져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 조정을 보인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축소와 위험선호 심리, 연말에는 계절적으로 환율 하방 우위 등으로 환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