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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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탓에 장난 아닙니다. 투자자한테 뭐라고 설명하죠."

"해외 헤지펀드 몇 곳은 2차전지주 때문에 한국 투자를 접었다고 합니다."

지난 6일.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첫날 여의도 증권가는 초비상이 걸렸다.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2차전지주 가격은 가격제한폭까지 뜀박질했다. 이 종목을 담지 않은 펀드 매니저들은 온종일 한숨을 내쉬었다. 뒤늦게 2차전지를 사들이려는 매니저들도 적잖았다. 매니저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은 알 수가 없다"고 혀를 찼다. 반면에 주식 종목 토론방 "윤석열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는 개인 투자자의 글로 도배가 됐다.

6일 코스피지수는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7.40포인트(7.34%) 치솟은 839.45에 장을 마쳤다. 두 지수 상승 폭은 역대 최대였다. 2차전지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금양은 이날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SK이노베이션(13.42%)도 뜀박질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28.73%) 엘엔에프(25.30%)도 큰 폭 치솟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들여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거래 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수익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서 공매도 물량이 집중된 종목 위주로 전날 뜀박질한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비상에 걸렸다.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를 담기 위해 펀드 매니저들이 오전부터 식은땀을 흘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 고평가 종목으로 찍힌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을 넉넉하게 보유한 기관이 거의 없다"며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기관들이 2차전지주를 허겁지겁 사들였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령에 따라 폭등한 2차전지주를 담지 않은 매니저들은 투자자들한테 반성문을 보내야 하는 분위기"라며 "과열된 2차전지주를 사지 않았다고 반성해야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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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설명회(IR)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한국의 '공매도 금지령'에 대한 질의에 어떻게 답할지 고민이 크다.

공매도 금지령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외국계 기관 가운데서도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일부 헤지펀드나 글로벌 펀드의 일부 대체투자 부서"라며 "외국계 기관이 대부분 공매도를 한다는 일부의 인식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2차전지주의 변동성이 너무 심하고 시장을 알 수 없다는 인식이 해외로 퍼졌다"며 "그 탓에 일부 해외 헤지펀드는 한국 사무소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은 반도체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공매도라는 '투자 도구'를 수시로 없애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