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한 러·사우디, 내년 1분기까지 감산 연장 가능성…WTI 소폭 상승 [오늘의 유가]
사우디·러 공급 축소 연장 재확인에 상승
내년 1분기까지 감산 유지할 수도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소폭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내년 1분기까지 감산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1센트(0.39%) 상승한 배럴당 80.82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보다 29센트(0.34%) 오른 85.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 갈등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지난 한주 약 6% 하락한 후 이날 소폭 반등했다. 이날 상승에도 WTI 가격은 올해 들어 56센트(0.7%) 오르는 데 그쳤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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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석유 감산과 공급 감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데 주목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올해 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씩의 자발적 감산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에너지부 관계자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감산에 나섰다. 지난 9월 사우디는 연말까지 감산을 지속한다고 밝혔으며 이번에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씩 감산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할 전망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같은날 "올해 9∼10월 발효한 석유 및 석유제품 공급 감축 결정을 올해 12월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석유 생산량을 더 줄일지, 늘릴지는 다음 달에 추가적인 변수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감산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고유가를 유지해야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매년 초에 계절적으로 석유 수요가 약화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산 기조가 내년 1분기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은 석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전략가는 "시장이 내년 1분기에는 공급 과잉 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계절적으로 더 약한 수요가 예상되는 내년 1분기까지 감산을 계속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돈 필요한 러·사우디, 내년 1분기까지 감산 연장 가능성…WTI 소폭 상승 [오늘의 유가]
산유국들은 내년 글로벌 경제 지표에 따라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 원유 수요에 타격을 주고,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크레이그 얼람 오안다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지표의 부진이 유가에 최근 하락 압력을 가했으며, 고점에서 이탈하게 했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을 유지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며 그 이후에도 이를 연장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에 대한 공습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오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OIC 정상회의 참석차 사우디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OIC 정상회의가 가자지구 휴전 문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