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서 비롯된 중국發 배터리 공급과잉 우려
최근 배터리 공급 과잉 논란이 컸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과도한 투자로 2~3년 후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를 50% 이상 초과한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 산업 전반의 우려가 커졌었다. 전기자동차 판매가 좋지 않다거나 배터리 가격이 빠진다는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상반기에만 40% 이상 증가했고 올해 적어도 30% 이상의 성장은 가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조선, 바이오시밀러보다 높은 성장세다.

과거 태양광이나 디스플레이가 중국의 무차별적인 증설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경험은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산업에서 캐파가 그렇게 큰 의미일까?

배터리는 고정비 비중이 비교적 작은 산업 중 하나다. 반도체나 태양광 산업은 감가상각비가 45% 이상을 차지하는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오버서플라이에 의한 유휴설비는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배터리산업은 자동차나 음식료와 더 비슷하다. 재료비 비중이 80% 수준이고, 감가상각비는 10% 미만이다.

공급 과잉 우려는 배터리산업 이해도가 낮은 유럽 저널리즘이 낳은 오해였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미래 캐파에 대한 다양한 업체의 전망을 곧이곧대로 받아 적어서 계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난 2~3년간 중국 업체들이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실제로 공급한 배터리의 양은 계획 대비 30% 이상 적었다.

올해 배터리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리튬 등 재료비의 하락이 큰 요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 시장은 전기차업체 BYD의 약진이 배터리 가격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3년 전만 해도 중국 배터리 점유율이 2% 남짓이던 BYD는 올해 13% 이상의 점유율 달성을 앞두고 있다. BYD의 성장은 CATL을 비롯한 배터리업체들에 부담이었다. BYD는 배터리를 100% 자체 제조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으로 단일 브랜드가 15% 이상의 점유율을 지속하기는 힘들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BYD도 해외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태국에 15만 대 규모 공장을 내년 말 완공하고, 이후 브라질과 유럽에도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BYD 이외의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중국차의 해외 진출에서 핵심 경쟁력은 LF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가 배터리에 있다. 내년 이후 다시 돌아올 중국 배터리의 투자 사이클에 관심을 가져보자.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