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보험노벨상' 수상…세계 최초 父子 헌액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보험협회(IIS) 2023 글로벌인슈어런스포럼에서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Insurance Hall of Fame Laureate)'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신 의장의 부친인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에 이어 두 번째다.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은 세계 보험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보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제정됐으며, 수상자의 공적과 경영철학은 명예의 전당에 영구히 보존된다.

1996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신용호 창립자에 이은 수상으로, 세계 보험산업 역사상 최초로 1,2세대 아버지와 아들 기업인이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 6일 저녁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글로벌 보험사 및 유관기관 최고경영자와 임원, 보험학자 등 350여 명이 참석해 신 의장의 수상을 축하했다. 시상식은 신 의장이 지난 23년간 교보생명 최고경영자로 걸어온 길을 담은 영상 시청, 신 의장의 수상 소감 순서로 진행됐다.

◆ 신창재 의장 "생명보험,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신창재 의장은 이날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보다 더 훌륭한 후보자들이 있었는데 제가 생보업에 오래 종사했기 때문에 선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 보장을 위해 지금까지 저와 함께 땀을 흘려온 교보생명의 모든 임직원, 재무설계사 여러분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신 의장은 이 자리에서 생명보험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밝혀 글로벌 보험업계 리더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신 의장은 "의대 교수를 하다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평생 생보업에 종사하게 된 제 운명을 그 무엇보다 보람 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생명보험이야말로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다른 이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상부상조 정신을 실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금융제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3년간 한국 생명보험 산업을 이끌어온 대표 CEO로서 한국 보험시장의 과제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신 의장은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보험의 아름다운 정신을 간과하고 신계약 매출경쟁이나 이익실현에 치중한 나머지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행으로 인해 고객의 미래 위험을 보장해야 할 보험사업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신 의장은 생명보험 제도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역설했다. 보험 사고로 인해 고난을 겪는 사람과, 이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돕고자 보험료를 내는 사람, 그리고 사랑이 담긴 보험금을 받는 사람들로 이뤄진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서로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사랑의 정신은 인간의 본성"이라면서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보험사나 재무설계사, 고객 모두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쏠려서 결국 '돈 이야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관행을 개선해 생명보험이 사랑의 정신으로 운영되는 금융제도임을 널리 확산시키고, 생보사들이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사회복지 및 금융시스템으로 충실히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것이야말로 저의 사명이자 사회적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함께 보험의 '돈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로 고쳐 써 나갑시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보험노벨상' 수상…세계 최초 父子 헌액
◆ IIS 대표 "신 의장, 사랑중심 경영"



이번 수상은 신 의장의 사람 중심 경영, 변화 혁신 노력, 이해관계자 중심의 지속가능경영철학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조쉬 란다우 IIS 대표는 "신 의장은 변화혁신과 통찰적 리더십, 사람중심 경영을 통해 '보험 명예의 전당'의 정신을 구현했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제임스 비커스 IIS 아너스 프로그램 의장은 "신 의장의 사람(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통해 교보생명은 대한민국의 가장 성공적인 보험사로 성장했고, ESG 및 지속가능 이니셔티브의 선두주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리더들의 축하 메시지도 잇따랐다. 마이클 모리세이 전 IIS 회장(현 프로텍티브 라이프 이사회 의장)은 "신 의장의 사람중심 경영철학은 교보생명을 수익에만 치중했던 많은 경쟁사들을 뛰어넘게 했다"며 "신 의장이 부친 신용호 창립자뿐만 아니라 업계의 모든 위대한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켄 멍건 밀리만그룹 회장은 "신 의장은 전세계 보험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라며, "신 의장의 선택과 집중, 위기에 빛을 발하는 효과적인 리더십, 고객 만족에 대한 열의는 전세계 보험인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키타오 요시타카 일본 SBI홀딩스 회장은 "신 의장이 선친에 이어 보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한국 보험업계를 뛰어 넘어 아시아 보험산업의 쾌거"라고 축하했다.

◆ 세계 최초의 父子 수상 기록

이번 수상으로 신 의장은 보험 명예의 전당 66년 역사상 최초로 대를 이은 헌액자가 됐다. 그의 부친인 신용호 창립자는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해 한국 생명보험 산업과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고, '국민서점' 교보문고 설립을 통해 국민교육진흥을 구현한 공로로 IIS로부터 1983년 '세계보험대상'과 1996년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 의장은 생명 탄생을 돕는 의대 교수에서 생명보험사 CEO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3년간 교보생명을 이끌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변화혁신을 통한 내실성장을 주도함으로써 장수기업의 토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실제 신 의장이 취임한 이후 교보생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 의장 취임 당시 25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4천~6천억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0년 26조 원대이던 총자산 역시 현재 131조 원(2022년 말 연결 기준)으로 늘어났다. 또한 무디스 9년 연속 A1등급, 피치 11년 연속 A+등급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금융권 최고 수준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다.

신 의장은 지난 2018년 UN본부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포럼에서 기업 경영을 '산소'에 비유하며 "사람은 산소 없이 살 수 없지만 산소를 위해 살지 않는 것처럼, 기업에게 이익은 생존을 위한 연료지만 그 자체가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기업 경영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균형 있게 전달하는 과정이며,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전달할 때 이익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이라며, "기업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번영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보험노벨상' 수상…세계 최초 父子 헌액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